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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 잡는데 靑 NSC가 왜 나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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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승현 기자 이기우 기자
입력 2018.09.20 03:01
北核·재난 아닌데 이례적 가동… 퓨마 포털검색, 정상회담의 5배
전문가 "맹수라고 인식 안해… 사람들은 고양이처럼 생각"
19일 정오 무렵부터 모든 방송사가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합의 결과를 생중계했다. 그런데 이
시각 한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선 '퓨마 사살'이 '평양 공동선언'을 앞질렀다. 전날 또 다른 포털 사
이트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이 7만번 검색되는 동안 '퓨마'는 36만5000번 넘게 검색됐다.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우리를 탈출한 퓨마가 사살된 사건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서대전역에서 3㎞ 떨어진 도심권 동물원에서 맹수가 탈출하자 정부는 경찰, 소방관, 군부대까지 동원했
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포획 작전을 지휘했다. 북한 핵실험, 대형 재난 때 가동되는 조직
이 동물 수색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다친 사람 없이 퓨마가 사살됐지만 인터넷 여론은 정부의 빠른 대처를 칭찬하지 않았다. 오히려 '왜 죄
없는 퓨마를 죽였느냐'는 동정론이 압도적이었다. 이낙연 총리까지 페이스북에 '생포하길 바랐지만 현
장 판단은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깝고, 송구스럽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반응은 이튿날인 19일에도 계속됐다. 퓨마 주검 사진에는 '가엾어서 눈물이 났다'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퓨마의 생전 사진을 올리며 추모하는 이들도 많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국의
동물원 폐쇄하라'는 청원 글이 올라와 3만명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비난 여론은 책임론으로 번졌다. "최종 사살 명령은 청와대 NSC 지휘로 내려졌다"는 대전시 관계자의
말이 보도되자 청와대 관계자는 "사살 조치는 현장에서 결정했다. 청와대가 명령한 게 아니다"고 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작전에 나선 엽사(獵師)를 처벌하라는 사람도 있었다. 2009년 동물원에서 키우던 늑
대가 탈출해 사살됐지만 이런 동정론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론에 대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동물원을 야만적 시설로 보는 사람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임영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늑대나 멧돼지처럼 퓨마도 맹수인데 많은 사
람이 퓨마를 '큰 고양이' 정도로 여기고, 자기 애완동물이 죽은 것처럼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분석 사이트 '소셜매트릭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퓨마 사건과 관련해 사람들이 트위터 등에
많이 쓴 표현은 '안타깝다' '두렵다' '불쌍하다' '눈물 난다' '아프다' 순이었다.
탈출·생포·재탈출·사살로 이어지는 전(全) 과정이 사실상 생중계된 것도 이 사건이 전례 없는 관심을 끈
배경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건이 퇴근 시간 도심 근처에서 일어난 데다 이날 오후 5시 30분쯤 대전시가
시민에게 긴급 재난 문자를 보내 화제가 됐다.
그 과정에서 퓨마의 죽음은 극적으로 포장됐다. 사실과 다른 정보가 들어가기도 했다. 사살 직전 퓨마
가 동물원 배수로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는데도 동물원 측이 사살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러
자 동물원이 과잉 대응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엽사 김모씨는 "퓨마가 동물원 내
숲속에서 갑자기 뛰쳐나왔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잘못은 동물원이 했는데 불쌍한 퓨마가 죽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내 잘못이 아닌데 다른 사람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메시지가 사람들의 감정, 정의감을 자극한
것 같다"고 했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은 이날 동물원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셜미디어에선 '동물원
에 가지 않기'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동물원은 교육 공공재일 뿐
아니라 희귀종을 보호하는 '노아의 방주' 역할을 한다"며 "동물원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
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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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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