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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는 왜 물에 잠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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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충청취재본부 기자
입력 : 2017.07.18 03:14
17일 충북 청주의 도심은 처참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차량은 하천에 거꾸로 박혀 있었다. 비가 쓸고 온 쓰레기 더미가 도심 곳곳을 뒤덮었다. 일요일인 지난 16일 청주 하늘엔 구멍이 뚫린 듯했다. 시간당 최대 91.8㎜의 폭우가 쏟아졌다. 1995년 8월 25일(293㎜)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은 290.2㎜가 내렸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도로 곳곳이 잠기고 차량과 주택이 침수됐다. 산사태로 청주 낭성면과 미원면 주민 2명이 숨졌다. 청주시는 피해액이 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 폭탄' 같은 집중호우는 오전 7시 10분부터 단 한 시간 동안 쏟아졌다. 청주시 산남동과 가경동·복대동 일부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침수에 대비하라는 재난 문자는 오전 10시가 다 됐을 무렵에서야 왔다. 청주시 공무원도 이 무렵부터 재난 상황에 대비해 동원됐다.
청주시의 호우 대비가 도마에 오른 것은 폭우가 내리기 이틀 전인 14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홍보 글 때문이었다.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충북대 정문 우수(雨水) 저류 시설 공사를 끝냈다. 330㎜의 비가 내려도 끄떡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날 내린 비에 우수 저류 시설도 속수무책으로 물에 잠겨버렸다.
청주시는 지난 2012년부터 259억원을 들여 내덕동과 개신동·내수동 등 3개 지역에 우수 저류 시설을 설치했다. 시는 국민안전처가 제시한 우수 저감 시설 설치 및 유지 관리 기준에 따라 청주 지역의 과거 50년 강우 빈도를 계산해 시간당 80㎜의 비가 내리더라도 침수 피해가 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이른바 '역대급 폭우'가 와도 문제없다는 자랑이었다. 하지만 폭우 피해를 보게 되자 청주시는 "11일부터 나흘간 내린 총강수량 330㎜에도 문제없었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며 "16일의 기록적인 폭우는 예상치 못했다"고 해명했다. 시민들은 '수백억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은 시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피해 복구가 시작된 17일 시민들은 청주시를 향해 또다시 쓴소리를 했다. 상당구 용정동 이정골은 이번 장맛비에 길이 끊기고 물도 끊겼다. 주민들은 "식수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길이라도 뚫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도 시는 순차적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정골 주민들은 "대처도 빵점, 복구도 빵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16일 같은 비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른다. 나름대로 예방 대책을 세운 덕분에 그나마 피해를 그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재해 앞에서 '끄떡없다'고 했던 자신감이 오히려 폭우 피해 대처를 소홀히 하게 한 것은 아닌가. 이번 폭우로 하천 제방이 유실되고 단수와 정전으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는 동안 공무원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것도 시설만 믿고 마음의 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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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닷컴 기자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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