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사회
|
|
|
낙성대 義人이 되살린 믿음
|
|
주희연 사회부 기자
입력 : 2017.04.14 03:13
주희연 사회부 기자
지난 10일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만난 '낙성대 의인(義人)' 곽경배씨는 손부터 겨드랑이까지 오른팔 전체를 깁스와 붕대로 감고 있었다. 그는 사흘 전 서울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여성을 폭행하려던 이를 제지하다가 그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오른손 손가락 4개가 마비됐다. 끊긴 신경과 동맥 봉합 수술에 7시간이 걸렸다. "괜찮으냐"고 묻자 그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며 "이거라도 신경이 살았으니 다행이다. 함께 도와준 사람들 덕분"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곽씨를 취재하면서 세 번 놀랐다. 그는 도와 달라는 여성의 외침을 듣자마자 주저 없이 폭행범에게 달려들었다. 흉기에 찔린 오른팔이 마비되는 상황에서도 곽씨는 범인을 붙잡고 뒤엉켜 화단으로 쓰러졌다. 곽씨와 함께 넘어진
폭행범을 주변에 있던 고등학생과 시민들이 제압했다. 만약 곽씨가 범인을 뒤쫓지 않았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지 모를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이미 폭행 전과가 여럿 있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바쁜 세상이라는데 생면부지(生面不知) 여성을 돕기 위해 흉기를 든 이와 맞서 싸운 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
10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에서 폭행범을 제지하려다 흉기에 찔린 곽경배 씨가 동작구 보라매병원 병상에 누워있다. /김지호 기자
병원에 입원한 곽씨는 당장 내야 할 수술·치료·입원비가 걱정됐다. 사건 조사를 위해 곽씨의 병실을 방문한 경찰은 "범인이 돈도 가족도 없기 때문에 치료비를 받아낼 방법이 없다. 최대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위로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막막했다. 현행법상 민간인이 이런 구조 행위를 하다 다친 경우엔 국가를 상대로 지급 신청을 한 뒤 경찰 조사, 병원진단서 등을 토대로 심의를 거쳐 승인받아야 한다. 일단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하고 나중에 국가로부터 돌려받는 구조이다. 한 독자는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권력을 대신해 의로운 행동을 한 시민이 '병원비 걱정 말라'는 말을 들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국가를 향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니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의로운 일을 하다가 다친 이가 피해 구제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 놀랐다.
세 번째 놀람은 곽씨를 향한 시민 반응이었다. 곽씨 사연이 알려지자 각계의 후원과 성원이 이어졌다. LG복지재단·엔씨소프트문화재단 등은 물론 익명의 시민들까지 후원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영웅은 우리가 지켜줘야 합니다'라는 기사 댓글에 많은 네티즌이 공감을 표했다. 이들 덕분에 곽씨는 병원비는 물론 재활 치료비 걱정도 덜게 됐다. 기사가 보도되고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부상을 무릅쓴 곽씨의 용기를 우리 사회가 외면하지 않고 감사와 쾌유를 기원하는 박수를 보낸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곤경에 처한 이웃을 보면 외면하라'고 가르치는 세상이다. 하지만 우스개로라도 '불의(不義)에 대처하는 방법은 못 본 척 지나가는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씁쓸했다. 곽씨의 용기와 우리 사회가 그에게 보낸 응원을 지켜보며 그렇지 않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출처;조선닷컴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