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월드컵 축구에서 배울 수 있는 정치철학
|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이타적 문화 필요
|
모란 올인코리아 네티즌 논객
월드컵 축구는 둥근 공을 가지고 전 세계인들이 밤잠을 설치며 울고 웃는 마력이 있다. 경쟁의 정글에서는 비정하지만 웃고 환호하는 팀과 사람이 있는 반면, 울고 고개 숙이며 가슴에 큰 상처를 받는 팀과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박주영 선수는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면서 당황하고 아픈 가슴을 안고 경기를 해야 했다. 그런 그가 실수를 딛고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그림 같은 프리킥을 성공시켜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나이지니아전에서는 두 명의 선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두리 선수가 나이지리아전에서 실수를 범하여 칼루 우체 선수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김남일은 우리 문전에서 골을 바로 처리하지 않고 머뭇거리다가 페널티킥을 당해 동점골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차두리는 실수 뒤 감독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고 "선제골을 내준 뒤 무척 힘들었고 아버지인 차범근 위원이 생각났다"고 언급했다. 눈물이 나려한다며 황급히 자리를 뜨는 그의 모습에서 피말리는 경쟁의 정글사회의 비정함을 느끼게 한다. 뒤에 차두리는 "지옥을 갔다 왔다. 저승사자를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누고 돌아왔다.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린 선수들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극심한 것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려 하고 감정적이고 흥분 잘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밤잠을 안 자고 지켜보는 가운데, 저지른 실수인지라, 그 응분의 대가가 두려운 탓도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자신의 실수에서 배우는 자세, 실수했다는 자책감에서 어떻게 빨리 빠져나오느냐가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그 실수는 인간을 더욱 성숙하게 하며, 더욱 성공적인 모습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실수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필립 피셔는 ‘바보와 현명한 사람의 차이는 현명한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우는데 반해 바보는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폴 투더 존스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닌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실수를 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실수에서 배우라는 말이다. 몇 년전 축구코치 한분이 독일 유소년축구팀 코치로 유학을 갔다. 어떤 팀을 맡아 경기를 하는데 한 선수가 큰 실수를 하여 바로 교체를 하였다. 그리고 승리를 거두었다. 그는 그 선수를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표자가 와서는 “당신은 그 어린 선수가 실수로부터 배우는 기회를 박탈했다”며 나무랐다고 한다. 그는 유럽이 축구를 잘하는 이유로 실수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점을 인정하고 실수를 용납하며, 선수들도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우리사회는 실수에 대해 관용하고 실수에서 배우는 기회를 주는 것에 매우 인색했다. 실수는 곧 결과의 상실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라는 횡단면적 사고가 아니라 시간의 축을 집어넣고 성장과 발전, 학습과 능력이라는 변수를 넣는다면 실패와 실수는 패배가 아니라 미래의 성공과 맞닿아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축구에서 실수한 김남일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오늘 무승부가 천만다행이다. 페널티킥을 내줬을 때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한국 축구의 역사를 망쳐버릴 뻔 했다"며 "그러나 실수를 잊고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노력했다. 경기가 끝나고 울 뻔 했다.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쉽게 안정이 안 된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들은 실수를 한 김남일의 부인인 김보민 아나운서의 미니홈피를 찾아 "남편 교육 똑바로 시켜라", "고참이라는 선수가 위험 지역에서 그런 플레이를 하면 안된다" 는 등 악플을 달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악플은 선수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먹게 한다. 악플을 다는 사람은 애국심으로 잘못을 지적한 것이라고 항변할 지 몰라도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감정을 푸는 행위일 뿐 축구선수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주어 멀리는 미래 한국축구를 망치는 길이다.
악착 같이 욕으로 도배하는 인터넷 세상의 얼굴없는 악동들을 볼 때면 우리 한국사회의 미래를 근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 보면 그 실수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하고, 잘하라고 격려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한국사회에도 아직도 푸근한 인심, 배려하는 심지 깊은 마음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 선수들 너무 잘하고 고생 많이 했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한편 기쁩니까. 승리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요, 어느 한쪽은 승하고 패하는 거니깐요. 울고 웃는 게 한 번에 이루어줘야 하는 게 스포츠 아닙니까? 이겨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모든 국민이 다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큰 경기이고 기대가 있어서 선수들을 힘들게 상처 주는 말도 있지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선수들도 그렇다. 어떤 악플들로 비난받는다 해서 상처를 받고 고개 숙여서는 안 된다. 실수는 인정하되, 그것 때문에 미래 전체를 망쳐서는 안 된다. 어차피 축구는 11명이 하는 거니까 자기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내가 실수해서 질수도 있고 또 나는 잘했으나 다른 어떤 선수가 실수를 해서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잘했다고 실수한 선수를 욕하면 안 되듯이, 내가 실수했다고 해서 자책하지도 마라. 단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있는 실력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없는 실력을 요구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과욕인 것이다. 실수를 통해 하나씩 하나씩 배우는 것이 한국축구가 발전하는 길이다. 실수했다고 자책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 보기 싫다. 당당하라.
이번 월드컵이 낳은 특별한 스타가 있다. 잉글랜드 골키퍼 로버트 그린이다. 그는 6월 13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여 전세계인의 우스개거리가 되었다. 골키퍼로서는 도저히 하면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잡을 수 있는 평범한 골을 놓쳐 골을 먹어 1-1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축구 열기만큼은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잉글랜드 언론이 그를 그냥두지 않았다. "오점 투성이의 장갑" "역대 최악의 실수"(선데이미러), "우리를 위해 그는 팀을 떠나줘야 한다"(선데이익스프레스), "그린이 성공적인 출발을 망쳐버렸다"(뉴스오브더월드) 등 강한 어조의 비판과 비아냥을 쏟아냈다.
이러한 비난이 쏟아진 상황에서도 로버트 그린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경기 후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실수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성숙한 자세를 드러냈다. 그는 "나는 남자고 30살이다. 이 일을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강하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 경기를 위해 준비할 것이다"라며 강인한 정신력을 드러냈다. "이런 일 때문이라도 정신적으로 강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그린은 "이런 상황을 잘 버텨내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말을 맺었다. 특히 "지금은 그저 해 온 대로 계속할 때다.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말로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과시했다.
실수를 범하고 죄인처럼 고개숙인 모습보다 전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고 국내 극성팬들의 뭇매를 맞고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그에게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본받아야 할 어떤 가치를 배운다. 축구도 인생이고, 인생도 어차피 종목만 다를 뿐 경쟁하는 경기이니까.
그런 측면에서 성공자들의 공통된 점은 실수에서 배운다는 점이다. 포브스 선정 '올해의 부자 400인'을 설문 조사한 결과, 백만장자들의 6가지 습관 중에서 가장 먼저 제시되는 것도 바로 “실수로부터 배우라”이다.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올해의 부자 400인에 선정된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통해 조금씩 배워나가 나중에는 완벽하게 일을 진행시킨다고 말했다. 실수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월드컵경기에서 본 인생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정치와 사회현상으로 돌아와 보자. 세종시문제도 엉켜버렸고, 천안함사태도 사회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정부는 궁지로 몰리고 조기 권력누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정당도 청와대도 군도 할 힘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모두가 위로하기는 커녕 비난일색이다. 어떤 간 큰 정치인도 이런 난타를 당하면 제정신을 잃게 마련일 것이다. 대한민국호를 책임질 선장과 조타수, 갑판장 등 리더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헤맨다면 대한민국호의 미래를 암울할 뿐이다. 모두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하겠지만 그 것이 지나쳐 마치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데 앞장서는 것 같은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앞장서는 사람들의 힘든 면도 생각해야 한다.
나이지리아전에서 16강 진출을 이룬 후 주장으로 완장을 차고 선수단을 이끌었던 박지성 선수가 말했다. "대표팀 주장 선배들이 마음 고생을 얼마나 많이 했을지 절감했다. 주장 완장이 왼쪽 팔에 그냥 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리더의 고충도 이해해야 한다. 내 마음에 다 들 수는 없는 것이다.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면 어느 누구도 감을 딸 수가 없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집권 후반기에는 권력누수현상으로 식물대통령이란 소리를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초반기부터 그런 고통을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고질병은 계속 발병할 것이다. 모든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이어서 그렇다면 그를 뽑은 국민들이 잘못된 것이고 대통령이 일할 수 없을 만큼 뒤흔든 국민들의 격한 감정이 문제의 근원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 태극기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다. 어떤 이는 골키퍼도 있고 미드필더도 있다. 서로 각자 역할이 다를 뿐 모두가 대한민국 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마크를 달고 띠는 선수들인 것이다. 미국을 가도, 프랑스를 가도, 중국을 가도, 우리는 어차피 대한민국 국민일 뿐이다. 우리가 미국사람이 될 수 없고, 우리가 아무리 얼굴이 갖고 같은 말을 써도 북한사람이나 중국 조선족일 수 없다. 대한민국이 잘되면 우리가 빛나고, 대한민국이 망하면 우리는 중국 등에서 망국의 한을 안고 살아가는 방랑객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모든 국민이 하나되어 대한민국을 외치듯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치계나 경제계나 사회계나 할 것 없이 하나되어 부족한 측면이 있더라, 실수가 있더라도 관용하고 남은 기간 무엇 하나라도 남기도록 해주는 관용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비난의 소리에 주눅 들지 말고 힘을 내고 소리 없이 격려하는 많은 다수의 국민들을 생각하며 대의를 따라 정국을 운영해 주기를 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를 발전시킨 가장 변화는 선수들끼리 말 놓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선배와 후배 선수들간에 수직적 문화가 있었다. 후배는 선배들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고, 경기 중 패스도 알게 모르게 그런 영향이 있었다. 경기 후 선배들의 야단이 무서워 선배들에게 패스해버리고 마는 문화가 있었던 것이다. 이 문화를 고치지 않는 한 한국의 축구발전은 없다고 생각했다. 히딩크는 이러한 소통을 가로막는 차단벽이 문제임을 꿰뚫고 선수들 간에 말을 놓게 했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며 “명보형님” 하며 부르는 것보다 “명보”라고 부르며 공을 달라고 하는 것이 더욱 빠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여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 것이다. 히딩크가 말을 놓게 한 후 가장 먼저 실천한 사람이 바로 이번 나이지리아전에서 실수를 한 김남일 선수였다고 한다. 김남일이 하늘같은 ‘명보형’을 보고 ‘명보야’라고 불렀다고 한다.
선수는 같이 뛰는 팀플레이가 핵심이다. 팀플레이는 의사소통이 핵심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려면 서로 자신을 낮추고 낮은 곳으로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부자는 가난한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우파는 대한민국을 부정하지 않는 한 좌파의 포용할 부분을 찾아보고, 좌파는 대한민국의 난파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파의 국가정체성과 국가안보의 가치를 긍정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가슴의 상처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다 보면 감정이 생긴다. 이 감정이 문제가 된다. 감정이 격해지다보면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곳으로 가게 된다. 서로 격한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적의가 생기고 결국 끝까지 가보자, 파국이 되어도 좋다는 식의 위험하고 통제할 수없는 원심력이 작용할 지도 모른다. 이 원심력이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키는 탄성계수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는 길 그것이 이 정부나 정부 비판세력이 공히 인식해야 할 점이다.
“대∼한민국” 8강
“대∼한민국” 4강으로 갑시다.
월드컵축구만이 아니라 국력과 정치력, 국민화합 모든 부분에서...
그리고 서로 칭찬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신명한 사회는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이타적 문화 속에서 꽃피는 것입니다.
[모란 올인코리아 네티즌 논설가: http://allinkorea.net/]
기사입력: 2010/06/23 [22:33] 최종편집: ⓒ 올인코리아
출처 올인코리아
|
|
|
|
|
|
|
|
|
|
인터넷타임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