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비-김태희’ 열애 보다 더 씁쓸한 것
|
자극적인 기사로 분노 조장하는 언론
|
김승근 (hemo@hanmail.net) 2013.01.03 12:30:47
서울대의 지성에 우리나라 최고 미모를 겸비했다는 김태희와 2살 연하의 월드스타 비의 교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다.
우리나라 최고 스타끼리의 열애는 누리꾼들에게 최고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편승해 또다른 이득을 취하는 곳이 있다. 바로 언론이다.
가십거리가 난무하는 온라인 공간에 일단 누리꾼들이 몰린다 싶으면 더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끌만한 내용들이 의혹처럼 올라온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싶으면 국민들의 정서를 파악하고 이를 이용한 제목들이 달려서 속보처럼 올라온다. 요즘 온라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번 비와 김태희 열애에 있어 침을 튀기며 떠들만한 비판거리가 있었으니 군인인 비가 어떻게 그렇게 자주 외부 출입을 할 수 있었느냐는 비판으로 ‘연예사병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고 일반사병들과의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자 국방부가 직접 나서 사실관계 확인에 돌입했다. 규정을 어긴 부분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 볼 것이며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비의 다른 행사 활동은 모두 중단한 상태다.
유독 피해의식이 큰 요즘 사회가 마녀사냥식으로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감성적으로 흘러가기 보다는 조금 더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따져보자. 가수 비의 휴가가 정말 특별했는지 아닌지.
비는 지난해 3월부터 국방부 연예병사로 근무해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총 10개월간 포상휴가를 17일, 개인성과제 외박을 10일, 업무상 외박 44일을 포함 총 71일의 휴가와 외박을 나갔다.
단지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비의 휴가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71일은 일반사병들에 비해 확실히 많은 숫자다. 하지만 정확한 사정을 파악한다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업무상 외박 44일은 먼저 여수엑스포 공연준비를 위한 안무연습 25일과 ‘위문열차’ 공연 19일이다. 모두 업무의 연장으로, 위문열차 19일의 경우 차라리 출장이라는 개념에 가깝다.
연예병사에게 공연준비란 훈련과 같고, 위문열차는 사실상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 게다가 여수엑스포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홍보할 정도로 범국가적 행사가 아니었던가. 땀나는 연습은 필수적이었다.
여수엑스포에서 공연을 통해 국가적 행사의 성공적인 수행에 크게 기여했고 위문열차 등을 통해 군 전체 사기를 올리는 데도 한 몫했다. 스튜디오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밤을 새기도 하는 강행군이었다.
사실상 업무의 연장일 뿐인 여수엑스포 공연과 위문열차를 위한 44일을 빼면 27일의 외박과 휴가가 있다.
우리나라 일반사병이 21개월에 평균 43일을 휴박과 외박에 쓴다. 입대하고 10개월 생활했다고 친다면 약 21일의 휴가를 나가게 되는 것이다. 비는 언급했던 대로 파견성 임무의 성격을 띠는 업무상 외박을 제외한다면 27일에 불과하다.
그 27일의 휴가와 외박도 특혜 시비가 일어날 만큼 특별한 건 없다.
그중 개인성과제 외박 10일을 뜯어보자. 군 사병이 21개월동안 알아서 사용하는 것이 개인성과제 외박이다. 비는 불미스런 소송 등으로 재판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이를 당겨서 썼을 뿐이다.
21개월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적당한 때에 쓸 수 있는 외박을 이미 소진했으니 앞으로 비는 개인성과제 외박을 나가지 못하게 된다. 정당한 일이다.
그 외 근무지원단장의 11일, 대대장의 4일, 홍보지원대장의 2일 등을 다 합한 총 17일의 포상휴가. 위문열차공연과 여수엑스포 지원, 강한전사선발 등 연예사병으로서 활약하며 낸 성과를 따져본다면 얼마든지 포상이 가능한 상황이 아닌가.
비 휴가 내역 공개 후 국방부는 “비의 휴가 및 외박은 불법이나 위법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예병사의 특성상 외부 연습이나 공연이 많고, 이를 위해 영내 밖으로 나간 것도 기록에 남았다는 것이다.
물론 데이트 포착 사진 등에서 비가 군복을 입을 경우 전투모를 항시 착용해야 하는 육군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은 문제다. 국방부 관계자는 “비가 외출시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해 규정을 어겼는지 사실 관계 확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 된 거다. 여기서 더 나가지 말자.
불공평과 심리적 박탈감을 이용한 언론들의 여론몰이는 위험하다. 거기에 안보가 불안하다는 이유까지 들먹인다면 오히려 군의 위상과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다.
최전선에서 묵묵히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을 응원한다면 책임감까지 더해진 우리 안보는 보다 견고해질 것이다. 하지만 불신과 미움, 부패의 시선으로 군을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 안보는 종이장처럼 변할 것이다. 어떤 흔들림도 없이 국가 수호에 임해야 할 군이 국민 달래기에 온 정신을 팔린 채 끌려 다니게 된다면, 가장 기뻐할 사람이 누구겠는가. 바로 북한의 김정은이 아니겠나.
언론의 여론몰이가 더해지자 미국의 빌보드는 비의 군 복무 중 특혜 논란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K팝 스타 비, 군 규율 어긴 것으로 알려져 집중 비난 받아’가 제목이다.
군인 신분으로는 서울기지를 벗어나 녹음이나 공연을 할 때 개인적인 만남을 가질 수 없음에도 이를 어겨 그 처벌로 영창에 갈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망신이다. 국가적 이미지와 함께, 월드스타 비의 인기에도 영향을 영향을 줄 얘기다. 헐리우드 영화의 주연이 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월드스타로 부상, 한류를 이끈 주역인 가수 비를 추락시킬 만한 기사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는 ‘한류’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어갈 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국제관계가 더 연결 돼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일부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밀고 있는 비의 연예사병 특혜논란은 국익에도 반하는 일이다.
보상심리에서 불거진 마녀사냥은 여기서 그만 멈춰야 한다. 냉정히 따져보면 설명한대로 일반사병과 별반 다르지 않은 휴가와 외박을 나갔다. 군부대가 있는 지역의 터미널에 한번 나가보라. 탈모 보행하는 장병이 얼마나 많은지를. 이에 대해 군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생각하지 말라. 공인이기 때문에 영창에 보내야 한다거나, 연예사병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등은 다 잊어버려라.
이번 비와 김태희 열애로 인한 논란은, 실은 언론사들의 여론몰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재확인 시켜줬다. 더 자극적인 기사로 조회수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일부 언론사가 문제다.
비단 비와 김태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력위조를 해명하기 위해 악몽같은 시간을 보낸 타블로도 실은 일부 언론들의 희생물일지도 모른다. 쉽게 흥분하는 우리 국민들의 분노를 조장하고, 이를 이용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일은 나라를 해치는 일이다.
국민들이 보다 성숙하고 이성적인 잣대로 이를 받아들이고, 가십성 기사를 비판하는 시각을 기르는 것만이 그들의 횡포를 견제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젊고 강한 신문-독립신문/independent.co.kr]
Copyrights ⓒ 2002 독립신문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출처 독립신문
|
|
|
|
|
|
|
|
|
|
인터넷타임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