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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당, 누가 더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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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 경쟁의 최종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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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糞田鬪狗’ 그치고 돈 봉투를 영원히 추방해야
2012년 01월 13일 (금) 12:51:26 최용일 solbeeya@paran.com
▲ 최용일 교수 ⓒ뉴스톡
지금 정치권은 온통 ‘니전투구(泥田鬪狗)’다. 서로 진흙탕을 마다하지 않고 나뒹구는 투쟁력 하나만큼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그 바닥이 진흙탕이었으면 좋겠는데 검긴 검은데 진흙의 그런 때깔이 아니라 언뜻언뜻 누런빛을 띠는 것이 예사로운 진흙이 아닌 듯하다.
개싸움에 뒤집히는 덩어리 속에는 완연한 누런색을 보아하니 진흙이라기보다는 개똥과도 같다. 결국 서로 싸질러놓고 그 위에서 뒤집기 한판을 노리는 형국, 그래서 개싸움인가 보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짓이 못되는 그 싸움을 옛 사자성어를 만든 사람들이 봤더라면 아마도 ‘니전투구’ 아닌 ‘분전투구(糞田鬪狗’라고 했을 법하다.
때 아닌 '돈 봉투' 파문에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판이 지금 그 꼴이다. 시작은 역시 ‘원조 차떼기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였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지난 2008년 6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주통합당은 신이 났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고승덕 의원의 내부 고발로 인해 불거진 한나라당의 돈 봉투 논란을 맘껏 조롱하고 비난했다.
사촌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픈 법이고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데, 그냥 남도 아닌 적의 불행이 어찌 내 행복이 아니겠는가? 그 기분 인지상정이었음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런 민주당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맘껏 즐겨도 시원찮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그 이유가 밝혀졌다. 초록이 동색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롱하던 작자들이 불과 한 달 전에 똑같은 짓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말이다.
현재 전당대회를 준비 중인 민주통합당도 지난해 12월 치러진 전대 예비경선 과정 등에서 뿌려졌다는 돈 봉투 의혹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그 밭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개떼들 중 누가 더 나쁜가 순위를 메기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 왜? 세상에서 불구경과 쌈구경이 제일 좋다니까.
지금 현재로서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됐건, 민주당 지지자가 됐건 ‘나쁜 한나라당에 더 나쁜 민주통합당’이라는 중간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돈 봉투 논란보다 민주당의 그것이 더 질이 나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한나라당은 4년 전 얘기고 민주당은 현재 진행형이라서가 아니다. 그렇게만 말한다면 팔이 안으로 굽었다고 할 것이지만, 민주통합당은 예전에 어찌됐건 그런 구태를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원만이 아닌 국민경선을 한답시고 국민투표인단을 70만 이상 모은 당이다. 그런데 어떻게 돈 봉투 뿌리기 같은 구태를 재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게 첫 번째 상대평가 요소다.
두 번째 상대평가요소는 경악을 금할 수 없는 민주당의 후안무치함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어찌됐건 비상대책위원회가 나서서 현재 무소속 신분인 박희태 국회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으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상태다. 물론 민주당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1ㆍ15 전당대회’ 당권주자의 돈 봉투 제공 의혹에 대한 당 진상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것 같다. 그렇게 자신들의 구린 구석은 뻔뻔하게도 철저히 감추고 있는 민주당이 과연 한나라당을 비난할 입장인지 따져 볼 일이다. 어찌됐건 민주당도 검찰수사를 의뢰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입장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상대평가 요소는 어떤 이유에서건 한나라당의 돈 봉투 사건은 내부고발에 의해 불거졌고, 민주당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의 돈봉투 논란은 내부 고발자인 고승덕 의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반면, 민주당의 돈 봉투 논란은 민주당 소속이 아닌 통합진보당 유시민 의원에 의해 알려진 뒤 언론의 추적으로 밝혀지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의 돈 봉투 사건은 4년 전인 2008년의 일이었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당은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등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외 인사인 유 의원의 발언으로 사건이 드러났으며, 문제가 발생한 시기는 불과 한 달 전인 작년 12월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4년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미 유인태 전 의원의 입을 통해 그때까지 1/3은 돈 공천을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제 정치권은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분전투구를 끝내야 할 것이다. 누군들 진흙탕도 아닌 똥밭에서 뒹굴고 싶겠으며, 그렇게 겨도 아닌 똥칠한 개떼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싶은 국민들이 어디 있겠는가? 여야를 막론하고, 금품을 살포해서 당원들을 매수하는 구태 정치를 이제는 그만두고 역사 속 이야기로 남게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이 거기 있는 것이다.
돈으로 당원들을 매수할 수 있는 전당대회 구조가 남아있다는 건 우리의 정당정치가 민심보다는 일부 정치꾼들의 삐뚤어진 당심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허약한 구조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걸 바꾸보겠다 공언했던 민주당에서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진 것에 대해 더욱 개탄해마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검찰은 여야 모두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기 바라며 여야 모두 그걸 피하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얘기를 한 번 믿어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최용일/ 금융감독원 인재개발원 교수
입력시간 : 2012년 01월 13일 (금) 12: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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