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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전대 돈 봉투 사건으로 패닉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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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투표인단으로 쓰레기 봉투만 바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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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1월 10일 (화) 09:46:39 최용일 기자 solbeeya@paran.com
▲ 최용일 교수 ⓒ뉴스톡
고승덕 의원의 고발로 시작된 돈 봉투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지금 궤멸 상태에 빠진 상태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환골탈태하겠다던 한나라당은 이제 재창당 말고는 답이 없을 정도로 지지멸렬한 상태가 되었으며, 서너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1년도 채 안 남은 대선에서 집권은 고사하고 제1야당이나마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패닉상태에 빠진 느낌이다.
아무튼 이번 한나라당의 돈 봉투 사건은 한국 정당정치사에 전대미문의 희한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전대미문이라는 이유는 한국 정당정치사에 돈 봉투 사건이 없어서도 아니고 한나라당이 그로부터 자유로운 정당이기 때문도 아니라는 것은 세살 먹은 애도 알 일이다.
전직 의원이나 탈당한 의원도 아닌 현직에다, 그것도 주류에 해당하는 친이계 의원이 친박계가, 그것도 그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가 직접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자기 계파의 최고 거두 중 하나를 고발한 사건이다. 하나를 고발하긴 했지만 사실은 서너 명의 전직 대표를 지낸 자기 계파의 거두들을 동시에 피멍들게 한 초강력 다탄두였다.
그렇다면 계파정치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이 속한 계파에서 차기 집권이 유력한 떠오르는 계파로 귀순하는 모양새라고 해석되어야 하겠는데 결과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자기가 속한 친이계만 무너질 일도 아니고 한나라당 전체가 초토화될 일이라는 점에서 계파 간에 적을 옮기는 과정에서 나온 여느 폭로전과도 격이 달랐으며 트로이 목마급 자폭장치였다. 차떼기 당으로 알려진 한나라당은 스스로 천막당사를 거치면서 환골탈태했다고 유권자들을 세뇌시켜왔지만 결국 천막당사를 설치했던 그 당사자가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 빠지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돈 봉투 사건이 벌어졌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으로서는 고승덕 의원이 마냥 귀엽고 예쁘기만 할까? 사실은 고승덕 의원이 민주당으로 적을 옮기는 상황을 가정해보더라도 민주당 입장에서도 그렇게 바람직한 귀순용사의 선물로 치부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돈 봉투 사건이 한나라당에서 터졌을 때, 사상 최고의 호재임에도 불구하고 총공세에 나서기는커녕 집안단속을 먼저 하면서 조심스런 공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민주당 등 다른 정당들의 행태는 우리 유권자들로 하여금 돈 봉투 사건이 한나라당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승덕 의원은 친이계, 더 나아가 한나라당의 공적이 될 것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는 야권을 포함하는 정치권 전체의 공적이 될 가능성마저 커 보인다. 그만큼 돈 봉투 사건은 어느 한두 사람의 고발로 어느 한두 사람이나 한 두 정당이 치명상을 입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전대미문이라는 수식어에 더해 ‘희한한’이라는 꼬리를 더 달아 본 것이며, 당초 이 사건을 고발한 고승덕 의원 또한 ‘전대미문의 희한한’ 고발자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통합의 깃발 아래 첫걸음을 뗀 민주통합당에서도 똑같은 돈 봉투 사건이 터져 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1·15 전당대회를 앞두고 모 후보가 영남권 지역위원장들을 상대로 돈 봉투를 돌렸다는 증언이 영남권에서 활동하는 민주통합당의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민주당의 돈 봉투 사건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한나라당의 그것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300만 원 돈 봉투 사건'이 터진 이후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던 민주당이 어느 날 갑자기 맹공을 퍼부으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사과"를 소리 높여 요구할 수 있었던 근거없는 자신감은 다름 아닌 민주당의 1.15 전대에 80여만 명의 시민들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하면서 '돈·조직 선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돈 봉투 사건을 비판할 자격이 없는 과거 민주당 출신들의 관계자들조차 "예전 민주당 전대의 표 획득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에 대해 풍문으로 듣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며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여왔다.
민주당 전대에서도 이 같은 돈봉투 살포가 이뤄졌다는 증언이 터져 나오자, 민주통합당 이용선 공동대표가 간단히 부인하지 못한 채 "민주통합당이 과거 민주당, 과거의 낡은 구태 선거 관행으로부터 100%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게 돼서 씁쓸하다. 구태 정치를 척결하는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의 자정 노력을 계속해야 함을 확인한 사건"이라고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번 1.15 전대 돈 봉투 사건을 통해 민주당의 그런 자신감이 역시 근거 없는 것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돈 넣으면 표 나온다”는 구호 아래 새천년민주당 전대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 통합신당에서도 여지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민주당의 전대 돈 봉투 사건은 한나라당과 같은 유형의 과거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은 물론 과거의 민주당과도 차별화된 새로운 깃발 아래 통합을 선언한 통합신당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현재 진행 중인 통합신당의 전당대회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잉크도 마르지 않은 따뜻함과, 2~30대 진보세력이 철썩 같이 믿고 있다는 ‘오마이뉴스’라는 깔때기를 통해 터져 나왔다는 의외성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는 봉투를 바꿔 담아도 역시 쓰레기일 뿐이라는 확신을 유권자들에게 여지없이 심어준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의 호재가 악재로 바뀐 것이다. 민주당의 이 대표가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진상조사위 만들어 조사에 착수하고 필요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조기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된다.
아무튼 아이러니한 것은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을 위원회 체제와 검찰 수사권에 접어들게 만든 것도 역시 내부 고발자였다는 공통점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영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주통합당의 B 지역위원장은 50에서 수백만원의 돈 봉투가 살포되었다고 털어놓는 이유에 대해 "정치적 소신을 갖고 자신을 담금질하며 지역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라며 "불합리한 영남의 정치지형을 고치고 싶은데 돈 있는 후보가 돈으로 지역을 줄 세우고 또 대개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그 줄에 서서 정치하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전당대회가 열릴 때마다 거액의 돈을 주고 직접 지역에서 선거를 책임지고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여러 번 있다"며 "어려운 지역상황을 고려하면 그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전까지 한국 정당정치사를 보건대 한나라당의 돈 봉투 사건과 같은 유형의 사건은 사실 민주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의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을 함께 했던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가 돈 봉투 사건을 자신도 경험했다며 지나가는 말처럼 던진 한마디는 통합민주당에 대한 가벼운 잽이자 동시에 나중에 면죄부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자아비판과도 같은 노림수였던 셈이다. 이번 민주당의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도 지난 8일 한 인터넷 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은 과거 경선에서 깨끗했느냐고 묻는다면 깨끗하지 않았다고 말하겠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공천의 1/3은 돈을 받고 팔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유시민의 경우에서 보는 것과 같은 ‘최소한의 자아비판’이기는 하지만, 유시민이 그것을 장래의 정치적 면죄부용 발언으로 해두려는 의도였다면 유인태의 경우는 이미 당을 떠난 입장에서 최소한의 양심상 면죄부용 발언으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그들의 말에서 우리는 돈 봉투 사건이 누구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모든 구태를 일소하겠다며 새롭게 통합신당을 출범한 민주당이 여전히 구태스럽다는 사실이 던지는 충격파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통합당 경선의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서 유인태 전 의원은 "지난여름부터 여윳돈이 있는 후보가 활동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활동이 별거냐, 밥 사고 돈 주는 것이 활동의 전부"라고 말했다. 달라진 게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서 "종교계나 대학 총장선거, 농협, 축협, 수협 등의 조합장 선거 등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 선출직 선거는 늘 돈선거의 사각지대였다. 이번에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계기로 각계의 선거문화가 투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당 입장에서 아주 어려운 불모지에 가까운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에게 일종의 자매결연을 맺어 사무실 운영비라도 보태려고 한 것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지만, 모든 선출직 선거라는 게 안 들키고 쓰면 돈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인 게 오늘날 현실"이라고 개탄한 유 전 의원의 말에서 우리는 이러한 구태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비대위를 통해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를 하겠다던 한나라당이건 이미 새롭게 통합의 깃발을 내건 민주당이건,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정당이건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나라당의 고승덕 의원의 돈 봉투 고발사건이 민주당 영남지역 위원장의 고발을 낳았는지도 모를 일이라는 가능성에서 조그만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부고발자가 더 많이 나와야만 해결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면 그것도 씁쓸한 일이긴 마찬가지여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주문은 어떨까? 기왕에 이렇게 갈 데까지 간 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생각과 행동이 서로 다르면서도 욕심만 앞세워 함께 한다면서 뒤통수나 때리는 유치한 짓 그만두고 제각각 갈라서는 방법을 통해 다서 설 것을 권하고 싶다. 민주당은 용광로나 잡탕찌개처럼 모든 허물마저 감싸 안아 하나가 되는 방법을 통해 진검승부를 해보길 바란다. 그게 바로 양대 정당의 색깔이면 어떨까 싶은데...
최용일/ 금융감독원 인재개발원 교수
입력시간 : 2012년 01월 10일 (화) 09: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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