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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對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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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경운 논설위원
입력 2019.01.22 03:16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저돌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런 홍 전 대표가 사석에서 '정치적 전투력'을 인정한 유일한 맞상대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上王) 된다'고 공격했을 정도다. 후보보다 선대위 관계자가 상대의 공격을 더 받은 보기 드문 사례였다.
▶박 의원은 올해 77세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4선 의원이다. 촌철살인의 '입심'으로 정치 현안의 흐름을 집어내 자기 의제로 끌고 가는 데 능하다.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이 남다르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인사청문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 여덟 명을 낙마시키기도 했다. 그 뒤 정치권에선 "되도록 박지원과는 싸움을 피하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박 의원을 상대로 여성 초선 의원이 싸움을 걸었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이 그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박 의원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이재명 경기지사나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와 함께 조사받고 싶다'는 것이 무슨 유행인 것 같기도 하다. 손 의원이 이러는 것은 목포가 지역구인 박 의원이 "손혜원에게 속았다"고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손 의원이 박 의원을 향해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하자, 박 의원은 "손혜원은 투기의 아이콘"이라고 되받았다. 손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박지원을 물리치는 후보의 유세차를 함께 타겠다"고도 했다.
▶손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홍보본부장을 지냈다. 실세 '수퍼 초선'이란 말도 들었다. 박 의원은 "(내가) 손혜원과 싸울 군번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인터넷에선 '손 대(對) 박 싸움'을 '세기의 대결'이라는 등 반응이 뜨겁다. 두 사람의 공방을 다룬 기사에는 '목포와 마포(손 의원 지역구)의 양포 대전' '서로 임자 만난 듯' 같은 댓글이 1000개 넘게 붙었다.
▶손 의원이 박 의원에게 싸움을 건 것은 투기 의혹의 초점을 흐리면서 현 정권 지지 세력을 등에 업으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한다. 박 의원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 자리를 놓고 다투다 석패했고 이듬해 민주당을 나왔다. 박 의원은 DJ의 지역구였던 목포에서 '김대중 정치' 계승을 자처해왔다. 박 의원으로서도 목포를 무대로 붙은 손 의원과의 한판 승부를 비켜가기 힘들게 됐다.
출ㅊ;조선닷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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