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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 개편', 하반기 정국 '태풍의 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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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파간 찬반 윤곽과 그 실현가능성을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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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본 기자, gwb@todayfocus.kr
등록일: 2009-08-28 오전 11:52:39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선거제도 개편 주문이 하반기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대선거구(1선거구 2~4인 선출) 개편은 영·호남 지역주의 정당 기득권구도를 뿌리째 흔드는 정치지형 격변의 대형이슈다. 아직 본 게임전이지만 여의도는 벌써 정당별·계파별·지역별·선수(選數)별 첨예한 대립 조짐이다. 선거구는 정치인 개인의 정치생명과 직결돼 계파내에서도 개별적 이해가 분분하다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대략의 윤곽에 따른 정치권의 난맥상을 살펴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 될 듯하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 - 선거제도 개편외에 9월 정기국회에서의 국회 논의후 결론이라는 구체적 방식도 제안했다. 동시에 선거와 관련해선 석패율제도(후보는 지역구·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고 지역구에서 차상위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제도)와 권역별 비례대표제(현재처럼 전국 단위가 아니라 현재 선거구보다 더 큰 권역단위로 권역내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도 언급했다.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행정구역 개편은 이미 대체적으로 여야합의를 이룬 사안이다. 또 선거제도 관련 석패율제도·권역별 비례대표제도 특별한 반대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남은 것은 결국 중대(中大)선거구 문제인데, 이것이 간단치가 않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도 사활을 걸고 시도했다 낭패만 봤던 문제다. 지역별·정파별 이해관계가 극명해 향후 논의 과정은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대선거구 도입에 대해서는 민주당보다 한나라당이, 한나라당보다 자유선진당이, 여당내에서는 친이계보다는 친박계가 반대가 더 많다. 중대선거구로의 재편이 지역별 지형변화에 미치는 대체적 영향을 보자면 우선 영남에서 한나라당 독식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수도권은 선거제도와 구도변화간 필연적 연관을 찾기 어렵고 충청에서는 진보정당 세력이 일천하므로 자유선진당과 민주-한나라 3당 분점현상이 점쳐진다. 호남에서는 여당에 대한 반감이 커 한나라당보다는 진보정당·무소속 약진이 예상되지만 그 반면 영남권에서는 진보정당·무소속과 더불어 민주당의 공간이 넓어질 거란 분석이다.
한나라, 친이-찬성, 친박-반대 구도
한나라당은 대체적으로 친이-찬성, 친박-반대의 구도다. 대표적 친박 중진인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역주의 타파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중대선거구 도입에는 사실상 회의적 입장이다. 허 최고위원은 26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낮고, 영남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많다"며 "정치생명과 연결되어 있어 의원들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화와 토론이 성숙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한 입장이다.
소선거구제가 개편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주기반인 영남이 무너지게 돼 차기 대선가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 뿐만 아니라 특히 영남주류인 친박의원들의 개인적 지역기득권에도 심각한 타격이다. 따라서 친박의원들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대부분 부정적이다. 앞으로의 개편논의에서 친이-친박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 짙다. 포스컴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중대선거구에 대해 “결국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져보면 영남권 친박의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한나라, 영남-수도권 다시 갈라져
한나라당내은 대략 친이-친박간 양분구도를 보이지만,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영남-수도권이 다시 시각차가 크다. 8월 27일자 조선일보의 국회의원 대상 조사에 따르면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한나라당은 47.2%(123명 조사대상중 58명)의 찬성을, 범위를 영남권 의원들로 좁히면 찬성율은 34.1%로 떨어진다.
여당소속 영남지역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시 지역적 독점구조가 붕괴되고 선거운동자금도 훨씬 더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 기존 소선구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드라이브에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이해봉 의원(대구 달서구 을)은 26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우선 가장 예민한 문제이기에 중장기적 과제로 남겨놓고, 지역별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충분히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에서 드물게 친이로 분류되는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도 역시 중대선거구제 개편에는 절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친이계로 넘어오면 기류는 현저히 달라진다. 수도권은 선거구개편 그 자체만으로 현격한 구도변화가 오지 않을 것이란 중론이다. 세부적 속내는 다를수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의 정치개혁제안에 적극적 지원을 다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친이계 정태근 의원(성북 갑)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치개혁을 하자는 것이므로 중·대선거구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찬성입장을 표한 후, 다만 “지금 무리한 추진은 한나라당 영남 의원들을 포함해 민주당 호남 의원이 반발을 부를수 있다”며 “합의 가능한 이중명부제, 권역별 비례투표제 등 합의가능한 안을 먼저 만들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구을)도 전화통화에서 중대선거구에 대해 신중하지만 찬성입장을 표했다. 김 의원은 “중대선거구가 지역갈등의 완화나 의원의 지역구 매몰현상, 특히 현재 우리의 극심한 갈등으로 인한 정치실종을 다소라도 완화할 수 있다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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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野), 민주 찬성가운데 DY반대. 선진당도 반대. 진보정당, “더 획기적이어야”
민주당은 DJ-盧-민주당으로 이어져온 입장인 중대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미디어법 장외투쟁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구심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환영의 입장이다. 8월 27일자 조선일보의 국회 의원대상 조사에서도 민주당 대상의원 70.7%가 중대선거구제 찬성입장을 보였다. 호남(광주·전남·전북) 민주당 의원들도 66.7%의 찬성율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도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호남' 거두 DJ 서거후 DJ 후계구도에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는 정동영 의원(DY)과 그 지지세력들의 태도가 관심사다. 조만간 복당문제가 성사된다면 호남에 많은 지분을 가진 DY의 의중은 파급력이 더 커진다. 정동영 의원실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아직 연구검토중이라 전제한 뒤, “단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보다는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더 바람직하고, 중대선거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입장”이라고 설명해 중대선거구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향후 민주당내에서도 다소간 불협화음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자유선진당은 선거구 개편이 작은 정당에 불리하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이회창 총재는 18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나 석패율을 도입하는 것은 큰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에만 유리하고 오히려 지역주의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대전의 선진당 독점구도가 깨질 가능성 때문이란 분석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일차적으로 대통령의 제안을 국면전환용이라 백안시하면서도 이례적으로 다소간 지지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정책위 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중대선거구제도 자체에 대해서 찬반을 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전제한 뒤, “정당에 대한 지지율 왜곡이 획기적으로 시정되는 방향에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면 좋다”고 말했다. 즉 중대선거구의 기본취지에는 공감하면서 대선거구제 등 더욱 획기적으로 정당 지지율왜곡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이와 유사한 생각이다. 노 대표는 17일 대표단 회의에서 대통령 제안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공감을 보이면서도 “현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지지율 합산인 8%를 국회의석 수에 따지면 24석이다. 하지만 현재의 의석 수는 2%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여론이 왜곡되는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호남패권지역에서 상대당이 1~2명 등장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독일식 정당비례대표제나 전면적 대선거구제로 가지 않으면 흉내내기에 불과할 것"고 덧붙여 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 이상의 획기적 개혁방안을 주장했다.
실현가능성, 예측 쉽지 않아
포스컴뮤니케이션(주) 이경헌 대표는 중대선거구에 대해 “결국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져보면 영남권 친박의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그 성사가능성에 대해서는 “친박의원들이 반대명분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고 설사 친박이 반대하더라도 이 사안은 민주당이 찬성하면 되는 사안”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8일에는 친박·영남 의원들뿐 아니라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도 반대의사를 공식표명하며 선거구 개편 성사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지도부에서 결정해가지고 그것을 밀어붙일 생각은 전혀 없다"며 "나는 반드시 중대선거구제가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느냐에 회의적"이라고 명시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출처 투데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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