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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잘못된 표본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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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정부가 전국 모든 부동산 공시가격을 매기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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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순우 산업1부 기자
입력 2019.04.2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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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우 산업1부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강남·용산·마포·성동구 등 서울 8개 구청에서 산정한 단독·다가구주택 공시가
격 중 0.5% 정도가 잘못됐다고 발표한 후 감정평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지자체 업무에 정
부가 너무 깊게 개입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교수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국가를 만들겠
다'고 공언한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지방분권을 뒤집으려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세금, 건강보험료, 각종 부담금 등을 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공정성이 무너지면
조세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개별주택 공시가격 업무를 지자체에 맡기는 것도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공정하게 산정하게 하기 위해서다. 대신 지역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는 전체 주택
의 5% 정도를 '표준주택'으로 정해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일종의 '표본'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한 456곳의 오류 사례 중 90% 이상이 표본을 잘못 선택했다고 밝혔다.
바로 옆에 있는 가격이 비슷한 집을 놔두고, 좀 더 떨어져 있는 싼 집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다. 하지만 완전 다른 동네의 집을 갖다 쓴 게 아니라면 이는 문제가 안 된다. 표본 선택은 지자체 공무
원의 재량이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사들은 "정부가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들쭉날쭉 올린 탓에 같은 동네
라도 변동률이 천차만별"이라며 "표본을 잘못 고른 게 아니라 애초에 잘못 만든 것"이라고 지적한다.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발표되기 전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의 검증을 거친다. 이번에 발견된
오류들을 사전(事前)에 걸러낼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정부의 이번 실태 조사가 지자체의 권위를 깎아내리기 위한 '쇼'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자체의 무능함
을 부각시켜 공시가격 업무를 빼앗을 명분으로 삼는다는 논리다. 실제 감정원은 최근 "감정원(개별주
택·공동주택)과 지자체(개별주택·개별토지), 감정평가사(표준토지)로 흩어져 있는 공시가격 업무를 통
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지금도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많은데, 감정원으로 통합되면 유일한 견제 장치조차 없어지는 셈"이라고 우려한다.
정부는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너무 낮아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대다수 국민이 동
의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현실화의 의미가 '극소수 고가(高價) 주택 공시가격은 많이 올리고, 일반 주
택은 적게 올리는 것'으로 변질됐다. 공시가격과 시세의 차이를 좁히자는 정책 목표를 정치 논리가 눌
러버리고 있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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