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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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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섭 서울대 교수·언론학
트럼프 지지율 언행만큼 특이
취임 초보다 1%쯤 떨어졌을 뿐
정책 불문 ‘묻지 마 지지’ 덕분
文대통령 임기 초엔 넓은 지지
이젠 40代 리무진 리버럴 주축
30代와 중도에선 이탈 폭 커져
최근 한국갤럽의 주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9%로 하락하면서 ‘레임덕’의 시작 여부를 놓
고 갑론을박이 있다. 미국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드디어 끝나 간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보인다.
여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이상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의 언행만큼이나
기이했던 지지율의 궤적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지지율에 대한 정치학의 교과서적 통념을 모두
깨버렸다. 임기 초반에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허니문’ 시기를 지나 점점 하락하는 것이 전형적
인 대통령 지지율의 추이다. 반면, 데이터 저널리즘 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 FTE)가 지지
율 조사 전수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약 44.8%로 시작해 잠시 30% 후반
대로 떨어졌다가 회복한 이후 임기 말인 현재도 약 43.6%를 기록하고 있다. 임기 초반에 비해 불과 1.2%
포인트 정도 하락한 것이다. 매일 코로나19 확진자가 20만 명, 사망자가 4000명 이상 나오는 상황에도
흔들림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유지된 이유는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 때문일 것이다. 정책과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40% 이상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미국 못
지않게 양극화가 극심하다. 문 대통령도 이러한 강력한 지지층이 분명히 있다.
현재 문 대통령의 지지층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한국갤럽의 12월 1주 주간 조사를 보면
‘진보’에서만 66%의 지지율을 보였을 뿐 ‘중도’에서조차 32%에 그쳤다. ‘진보’와 ‘중도’의 차이가 2배
이상(34%포인트) 벌어진 것이다.
한국갤럽의 이념 성향별 지지율 추정값이 남아 있는 가장 이른 시점인 지난 2016년 1월 2주차 조사를 보
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 지지층의 ‘보수’ 편중 현상이 가장 심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박근혜 당시 대통
령의 지지율(44%)이 현재의 문 대통령 지지율과 엇비슷했다. 그 주 ‘보수’(64%)와 ‘중도’(36%) 유권자들
사이의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차이는 약 28%포인트였다. 현 문 대통령보다는 지지층의 편중 현상이
덜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 지지층을 ‘생활 수준’별로 분류해 보면 ‘상·중상’에서 가장 높은 44%의 지지율을 보였고,
‘중·하’(38%)와 ‘하’(27%)에서는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직업별로 보면 ‘화이트칼라’로 볼 수 있는 ‘사무·
관리’직에서만 40%를 넘는 지지율(44%)을 보였을 뿐 나머지 직군에서는 모두 30%대의 지지율을 보였
다.
반면, 2016년 1월 2주차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상·중상’의 38%, 그리고 ‘중’의 43%로부터 지지를 받
았다. ‘하’에서 오히려 48%의 지지를 받았고, 서민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자영업(49%)과 블루칼라(36%)
의 지지율이 화이트칼라(29%)보다 높았던 것도 아이러니하다.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진보 성향의 상·중류층 화이트칼라인 셈이다. 1980, 1990년대에 대학을
다녀 정치사회화 과정에서 강하게 이념화했으나, 실제로는 현재 가장 윤택하게 사는 집단이라 볼 수 있
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은 이른바 한국판 ‘리무진 리버럴’을 대변하는 대통령이 돼 버린 셈이다. 실제로
200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39%) 지지율이 40대(47%)보다 많이 낮아진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임기 초 문 대통령의 지지층은 달랐다. 한국갤럽이 처음 실시한 문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보면(2017년 6
월 1주차) ‘진보’의 94%가 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중도’에서도 불과 7%포인트 적은 87%가 지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조사 결과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진보’만을 대변하는 대통령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문 대통령도 다른 역대 대통령들처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시작해 ‘특정 집단의
대통령’으로 끝나는 역사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남은 임기 동안 다시 모든 유권자를 대변하는
문 대통령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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