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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필리밥스터'도 안 통했다… 국민의黨, 찬성으로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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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해임안 국회 통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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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운 기자
박국희 기자
입력 : 2016.09.24 03:00 | 수정 : 2016.09.24 06:52
[김재수 해임안 국회 통과까지]
- 초유의 '국무위원 필리버스터'
與 요청에 본회의 4시간반 지연… 장관들은 대정부 질문 긴 답변
- 정진석·丁의장 충돌
鄭 "장관 식사" 이유로 정회 요청
丁 "국무위원, 필리버스터權 없다"
여야(與野)는 23일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문제를 놓고 종일 고성(高聲)이 섞인 신경전을 펼치다 자정을 넘겨 24일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野) 3당이 표결 처리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어느 쪽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해임건의안 처리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애초 더민주와 정의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에 불참한 국민의당에서 반대표가 상당수 나올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야당의 의혹 제기를 '비방·폭로'로 규정하고, 23일 밤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전격 해임하자 찬성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표결 뒤 "여당이 국무위원을 동원해 편법적인 필리버스터를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밤 11시 57분 대정부 질문이 진행 중이던 본회의를 산회(散會)하고 자정 넘어 24일 0시 18분 본회의를 다시 소집해 해임건의안을 상정한 뒤 곧바로 표결에 들어갔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 단상으로 몰려가 "독재자 정세균이 주도한 날치기"라며 강력 반발하다가 정 의장이 표결을 강행하자 전원 퇴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울분을 토로하면서도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한계 아니냐"며 맥빠진 표정이었다.
이에 앞서 23일 진행된 본회의에선 국무위원 저녁 식사를 위한 정회(停會)를 요구하는 새누리당과 이를 해임건의안 처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거부한 정세균 의장 간에 '국무위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논란도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답변 시간에 제한이 없는 국무위원들의 답변을 최대한 들어주는 식으로 시간을 끌었지만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지는 못했다.
원래 이날 본회의는 오전 10시 소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회의가 새누리당의 요청으로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오후 2시 30분 시작된 데다 해임건의안 표결 일정이 이날 진행된 국회 대정부 질문 이후로 잡히면서 해임건의안 상정이 늦어졌다. 특히 지난 20일부터 전날까지 진행된 사흘간의 대정부 질문이 각각 5시간32분~6시간11분 만에 끝난 반면 여야 의원 13명이 나선 이날 대정부 질문은 10시간 이상 진행됐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1인당 주어진 질의 시간(15분)을 넘겨서도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질문을 짧게 하고 총리와 장관의 답변을 최대한 들어주는 식으로 일부 의원은 1시간 이상 시간을 쓰기도 했다. 이날 1시간40분간 질의를 한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총리와 각부 장관을 차례로 불러내 답변 기회를 줬다. 황교안 총리가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 설명에 7분을,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정부 3.0' 정책 설명에 13분을 쓰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질의할 때 사회를 보던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보통 의원님들이 30분 만에 (질의를) 끝내는데 정 의원님은 55분 하셨다"고 지적했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답변이 길어지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답변을 핵심 위주로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논란도 일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저녁 7시 50분쯤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의장에게 다가가 "국무위원들의 식사 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정회를 요청했으나 정 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은 게 발단이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가 "이런 의회 독재가 어딨느냐"고 항의했고, 정 의장도 "새누리당 때문에 의사 진행이 늦어진 것 아니냐"며 맞받았다. 정 의장은 국무위원들이 답변을 길게 한다고 지적하며 "국무위원에겐 필리버스터 권한이 없다"고도 했다. 더민주 의원들도 "새누리당이 식사를 핑계로 '필리밥스터'를 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부터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었지만 표결을 저지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의당의 표결 불참 등 부결(否決)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오후 들어 국민의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지자 분위기가 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전 의총에선 "더민주의 무책임한 처사에 결연하게 맞설 것"이라고 했지만, 오후 의총에선 "역량에 한계를 느낀다"며 무력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해임건의안 처리를 공언해온 더민주는 전날부터 국민의당 의원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가결(可決) 가능성이 있다'는 자체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실제 표결에서 국민의당 의원의 반대표가 다수 나올까 봐 뭍밑에서 "국민의당이 야권 공조를 깨고 새누리당의 2중대가 될 것이냐"며 국민의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자율 투표에 맡기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이날 오후 들어 찬성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등으로 여야 대치 정국이 첨예해지면서 호남 등 지지층으로부터 찬성 의견이 빗발쳤다"고 했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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