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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비관 속에서 피는 꽃

백영옥 소설가
입력 : 2018.01.06 03:02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척 놀랜드, 그는 해외를 돌아다니며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른 시간에 정확
하게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국제배송업체 간부다. 늘 시간에 쫓겨 사는 그에겐 사
랑하는 여자 친구 켈리가 있지만 막상 그들이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연인에게 사진이 담긴 시계를
선물받은 그는 연말을 기약하며 그렇게 그녀와 헤어진다.

배송 물건을 가득 실은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한 건 그로부터 몇 시간 후다.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그
가 눈을 떴을 때 주위에는 높은 암벽과 야자수 나무만 가득했다. 늘 시간에 쫓겨 살던 척에게 남겨진 것
은 오로지 '시간'뿐,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가 된 그는 야자 열매와 물고기만 먹으며 어떻게 견뎌냈을까.
놀라운 건 섬에서 그가 생존한 시간이 무려 4년이라는 거다. 어느 날 파도에 밀려온 알미늄 판자는 그에
게 뗏목을 만들 희망을 심어준다. 섬에서 탈출할 뗏목을 만들며 그는 말한다.

"우리는 시간에 살고 시간에 죽어. 시간을 얕보는 건 큰 죄악이야."

4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걸 바꾸어 놓는다. 탈출 과정 중 동고동락해온 배구공 윌슨을 떠나보내며 주인
공이 울부짖는 장면은 아직도 가슴에 선하다. 가까스로 구조된 후 다시 돌아온 세상은 그가 무인도에서
꿈꾸던 그 세상이 아니었다. 여자 친구 켈리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살아나기 위해! 난 끝까지 버텼어. 그러던 어느 날 조수(潮水)가 밀려왔고 바람이 뗏목을 밀어줬어. 난
계속 살아갈 거야. 파도에 또 뭐가 실려 올지 모르니까."

생은 아이러니하다. 그의 비행기를 추락시킨 거센 바람은 다시 그의 빈약한 뗏목을 밀어주는 바람이 된
다. 그를 무인도에 표류시킨 거친 파도는 다시 뗏목의 재료를 그의 발밑까지 밀어준다. 희망이라는 말은
희망 속에만 있지 않다. 희망은 비관 속에서 끝내 피어나는 꽃이다. 그 꽃에 이름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
구하고일 것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출처 : 조선닷컴[백영옥의 말과 글]
2018년01월07일 12:38:3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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