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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감산이 그리도 반가웠나 [기자수첩-산업IT]
감산 발표하자 "근자감 경영 결과…백기투항" 조롱 시장 지배 기업, 경쟁사들과 같이 움직일 이유 없어 삼성생명법 당위성 주장하려 삼성전자 전략적 결정 폄훼

입력 2023.04.11 10:02 수정 2023.04.11 10:1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감산 발표하자 "근자감 경영 결과…백기투항" 조롱

시장 지배 기업, 경쟁사들과 같이 움직일 이유 없어

삼성생명법 당위성 주장하려 삼성전자 전략적 결정 폄훼


삼성전자가 한 번 크게 고꾸라지길 애타게 기다렸던 것일까. 그래서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뒤흔들어놓을
명분이 생기길 바랐던 것일까.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감산 방침을 밝히자 진보야당 소속 한 국회의원
의 페이스북에는 기다렸다는 듯 이재용 회장을 비꼬는 글이 올라왔다.




내용을 요약자면, 어차피 감산할 상황이었는데 왜 버티다 최적기(그는 남들 다 감산하던 지난해 3분기
를 감산 최적기로 판단했던 듯하다)를 놓쳤냐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감산으
로 돌아선 게 통쾌하기라도 한 듯 ‘백기를 들었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재용 회장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경영의 결과 업계는
물론 시장과 주주들까지도 위기와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그의 지적대로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삼성이 갑자기 감산으로 뒤돌아선 것은
맞다. 그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의 경영 판단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삼성이 ‘이 회장의 비전문적 판단으로 감산을 미루며 버티다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었다’는 그
의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으려다 불가피하게 선회한 것인지, 애초에 감산 타이밍을 지금으로
잡은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업체다. 시장을 지배하는 플레이어는 수급 조절
에 있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움직일 권한을 갖는다. 경쟁사들이 감산한다고 같이 설레발을 칠 이유
가 없단 얘기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들을 고사 상태까지 몰아붙이는 치킨 게임을 하려다 미래 성장동력 확
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 부담에 멈춰선 것일 수도 있다. 또는, 경쟁사들이 반 년 가까이 감산을 통해 업황
반등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막판에 시장을 향한 임팩트 있는 신호를 주기 위해 지금을 감산 타
이밍으로 잡았을 수도 있다.



내막이 어떻든 그걸 오픈할 이유도 없고 오픈해서도 안 된다. 메모리반도체와 같이 상호 대체 가능한 제
품을 놓고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시장에 나오는 물량의 증감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경쟁사 동향은 최
고급 정보다.



굳이 경쟁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도울 필요는 없다. 자신의 전략은 최대한 숨겨야 하고, 심지어 허수(虛
數)를 둘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에 일찌감치 “우린 6개월 뒤부터 감산할 테니 경쟁사들 먼저 시장 물량 조절에
힘쓰고 있으라”고 했다 한들 경쟁사들이 순순히 따랐을 리 없고, 시장에서 정직하다고 박수를 쳐줄 일
도 아니다.



글을 올린 정치인은 ‘삼성전자가 혼란스러운 의사결정을 했고, 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이는 삼성
생명의 위험요소이니 삼성생명법, 즉 보험업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몰아
간다.



그는 다름 아닌 삼성생명법을 발의한 당사자다.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채권 가치를 취득 당시 가격이 아
닌 현재 가격(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의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
를 강제 매각해야 하고, 이재용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도 흔들린다.



삼성생명법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를 ‘리스크 요인’이라고 주장해왔
던 그에게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는 눈엣가시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와 반
도체 감산 결정이 그토록 반가웠나보다.



궁금한 것은 그의 의도대로 삼성생명법이 통과되고 삼성그룹의 오너지배체제가 무너진 이후의 삼성전
자에 대해 그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인가다.



어느 소유분산기업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도 교체되는 촌극이 삼성전자에서도 벌어지길
바라는가. 대규모 투자나 감산 때마다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는 식물기업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
각하는가.



‘일단 해 보고 부작용은 차후에 고민하자’는 생각은 제발 거두길 바란다. 삼성전자는 그런 식의 도박에
내던져지기엔 너무 소중한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출처;데일리안
2023년04월11일 12:03:2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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