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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굴욕인가 개성공단 정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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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5 13:18
정창인박사(편집인)
이번 개성공단 재개 합의는 원칙도 무너지고 명분도 없는 그저 북괴의 행패에 대한민국 정부가 질질 끌려다닌 굴욕적인 사건일 뿐이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삼척동자라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생각하면 된다. 개성공단은 북괴가 아무런 이유 없이 행패를 부려서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렇다면 북괴가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허튼 짓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그래도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른 방법으로 담보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북괴의 행패에 이리저리 질질 끌려 다니다가 북괴가 개성공단을 다시 정상으로 가동하자고 하니 한국 정부는 좋아라 하고 그냥 덥석 북괴가 원하는대로 합의해 주었다. 무엇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북괴의 횡포에 이렇게 질질 끌려 다니면서 욕만 당하고도 마치 잘 한 듯이 선전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다.
북괴가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국제관계가 악화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최고존엄 운운하면서 미국에 대해 핵공격을 한다든가 또는 정전협정을 무효로 하고 전시상태로 즉각 복귀한다는 등 극렬한 협박공세를 폈다. 그 와중에 개성공단도 이유 없이 북괴가 폐쇄하였다. 한국정부는 북괴의 이러한 무모한 행패에 대해 응징하거나 대응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기회만 생기면 대화를 재개하고 개성공단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만 보였다. 유길재 장관의 구걸에 가까운 최후통첩이 있었지만 이것은 최후 통첩이 아니라 최종구걸이었다. 답변시한도 정하지 않고 이번에 나오면 반드시 너희들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굴복에 가까운 제안을 한 것이다. 북괴는 즉각 응한 것도 아니도 한 동안 뜸을 들이다가 8월 14일 회담을 하자고 하였다. 8월 15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뭔가 남북관계가 진전이 있었다는 보고를 하자면 어떻게 하든 북괴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 절묘한 시간 선택이었다. 시한은 오히려 북괴가 정한 꼴이었다. 유길재의 항복제안에 북괴가 역으로 시한을 걸고 나와 한국이 꼼짝 없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니 이명박 대통령의 기다리는 전략이 돋보인다. 북괴가 행패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는 그냥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이다. 급한 쪽은 북괴니 스스로 굴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기다리는 전략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신회프로세스에 스스로 얽매이게 되어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말려들 수밖에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서의 핵심은 북핵포기이지만 이번 개성공단 합의에 북핵문제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 북핵제거에 대한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지 않으니 북핵제거 목표는 그저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남북관계가 진전된 것인가? 박근혜 정부는 심각하게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김양건은 지난 달 27일 “개성공단 문을 닫을 생각이 없었는데 (대남 강경파인) 군부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지금은 강경파인 군부가 사라졌는가? 군부는 김정은의 권력의 핵심이다. 최고존엄 운운하는 세력이 군부다. 그런데 그 군부가 그대로 존재하는데 군부를 슬쩍 비켜서 김양건이 마치 자신은 책임이 없는 양 말하고 한국은 마치 북괴 군부가 존재하지 않는 양 행동한다. 결국 북괴 최고존엄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아랫것들이 알아서 긴 모양이다. 북괴 군부의 재발방지 약속도 없고 무엇보다 사과도 없었다. 그런데 남과 북이 책임을 지겠다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합의하였다. 북괴 군부가 이 과정에서 빠졌으니 북괴 권력의 핵심은 잠시 모른체 옆으로 비껴서 있는 꼴이다. 한국 정부는 누구의 약속을 믿고 개성공단 재가동을 합의하였는가? 아무런 힘도 없는 김양건을 믿고 그렇게 하였는가? 유길재 장관이 그렇게 애타게 대화상대로 모시려 했던 김양건의 비공식적 발언 하나를 믿고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였는가?
유길재 장관은 “북한 정권이 불안해지거나 붕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통일은 흡수통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북괴에 대한 항복선언이 아닌가?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통일부의 장관이 북괴의 영구한 존속을 원하고 공존하자고 하며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것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서의 핵심인가? 결국 통일은 잊어버리고 그냥 서로 사이좋게 잘 살자고 하는 것인데, 북괴의 군부는 이 모든 과정에서 제외되었으니 누구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서를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는 졸속에 광복절 경축사를 염두에 두고 북괴가 설정한 시한 설정에 교묘하게 끌여 들어가 한국 정부가 항복한 굴욕적 합의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종북좌파들이 좋아할 정책이지 우리 애국세력이 좋아할 것은 아니다. 한반도 통일의 기회가 왔지만 이런 식으로 북괴에 끌려 다니면서 굴종적으로 나온다면 결국 북괴의 핵무장을 도와주는 햇볕정책의 재판밖에 될 것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이명박 정부의 기다리는 정책을 고수하기 바란다. 무늬만 통일이지 내용은 굴종적 협력, 굴종적 지원, 위장한 햇볕정책에 불과한 대북정책 기조를 하루빨리 버리기 바란다. 들리는 말에 금강산관광 재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김대중의 햇볕정책이 부활하는 느낌이다. 전두환 대통령을 핍박하고 이희호 여사를 우대하는 것이 바로 이런 햇볕정책 부활과 전혀 무관한 것 같지는 않다. 정말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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