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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도 기운 船室서 구조훈련… "제2 세월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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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후 실습교육 강화된 해양경비안전본부 훈련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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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이순흥 기자
여수=김정현 기자
박현익 인턴기자(한양대 정책학과 3년)
입력 : 2015.02.14 03:00 | 수정 : 2015.02.14 17:31
[세월호 후 실습교육 강화된 해양경비안전본부 훈련 체험]
해상 조난 구조훈련 땐 인공 파도·강풍 만들어내 추위와 거친 물살 견디게 해
실습 비중 50%서 70%로 "실전도 잘할거란 자신감 생겨"
"지금부터 우현, 우현으로 기웁니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가로 2.4m, 세로 3m의 선실이 우현 쪽으로 넘어갔다. 기울기 20도. 좌현 쪽 출입구를 향해 한 발을 내딛기 어려웠다. 문까지 채 2m도 안 됐지만 몸은 오른쪽 벽에 달라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기울기 50도. 얼굴에 핏줄이 섰다. 기울기 80도. 우현쪽 벽이 바닥이 되고 출입구가 천장으로 바뀌었다. 어지러움과 공포감이 엄습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전남 여수 해양경비안전본부(옛 해경) 교육원에선 고강도 훈련이 이어졌다. 해양재난 훈련장에선 교육생들이 탑승한 컨테이너 선실 모형이 단 2분 만에 80도까지 기울었다. 이날이 다섯번째 훈련이라는 교육생들도 중심을 잃고 선실 곳곳에 몸을 부딪혔다. 교육생 유정호(36)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왜 빠져나올 수 없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강도가 높아진 해양경비안전본부 훈련 과정에 처음 입소한 신임 해경들이 전남 여수 해양재난훈련장에서 배가 기울어진 상황을 가정해 탈출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교육생들은 좁은 선실에서 힘겹게 균형을 잡으며 탈출을 시도했고(왼쪽), 선실을 나온 뒤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오른쪽). 왼쪽 사진 맨 오른쪽 난간 잡고 있는 이와, 오른쪽 사진 줄사다리 타고 내려오는 이가 본지 이순흥 기자다. /김영근 기자
과거 해경 교육원이었던 이곳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간판도, 훈련내용도 전부 바뀌었다. 급속하게 침몰하는 선실을 탈출하는 해양 재난 훈련, 얼음장 같은 물속에서 최고 2노트에 최대 1m의 변칙 파도를 뚫어야하는 구조 잠수 훈련, 암흑과 연기 속에서 선상 미로를 탈출해야 하는 농연(濃煙) 훈련까지 역대 해경들은 해보지 못한 독한 훈련들이 도입됐다. 달라진 훈련을 처음으로 맛보고 있는 교육생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첫 기수인 227기 253명, 지난해 11월 해경 해체 이후 입교한 228기 122명이다. 조선일보 기자 3명이 이 375명의 교육생과 함께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바다 경찰 훈련 현장을 체험했다.
해양재난훈련장에서 선박 침몰 순간의 공포를 경험한 직후 도착한 곳은 농연훈련장이었다. 교육생 5명의 뒤를 따라 들어선 훈련장 안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다. 앞사람 등을 더듬어가며 발을 내딛는데 "앞에 계단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 구멍 있습니다!"라는 외침이 앞쪽에서 들려왔다. 끝내 대열에서 탈락해 허우적대는 순간 누군가 플래시를 비춰주며 출구 쪽을 알려줬다. 동료 교육생이었다. 미로는 불과 30m였지만 탈출에는 무려 5분이 걸렸다.
오후엔 해상 조난 때 살아남는 구조 수영 훈련이었다. 수심 3.8m의 훈련장에는 0.3m 높이의 인공 파도가 일렁였고 대형 송풍기가 강풍을 내뿜었다. 수온은 봄가을 바닷물 온도와 비슷한 섭씨 19도. 15m를 헤엄쳐 구명보트에 올랐다가 되돌아오는 임무였다. "얼음이야, 얼음!" 먼저 물에 들어간 교육생들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들의 몸은 냉장고에서 갓 꺼낸 냉동식품처럼 차가웠다. "입수!" 교관 지시에 따라 물에 뛰어들었다. 전신 수영복을 입었지만 몸은 이내 얼어붙었다. 얼굴은 파도에 부딪혀 눈을 뜰 수 없었다. "눈 뜨고 정신 차려!"라는 고함에 본능적으로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동료 교육생들이 구명조끼를 잡아 끌어준 덕에 겨우 물 밖으로 나온 기자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채 마신 물을 토했다.
세월호 이전 해경의 교육은 이론·실습이 50대50 비율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인 작년 8월 입교한 227기부터는 9개월의 교육 기간 중 70%가 인명 구조, 선박 운용, 각종 상황 훈련이다. '해경 해체' 이후 첫 기수인 228기부턴 교육 기간이 1년으로 늘어났다. 기존 교육에 더해 함정 운용, 응급처치, 인명 구조 중 하나를 완벽히 습득해야 하는 특기 교육까지 필수가 됐다.
이 모두를 통과해도 수영, 1200ｍ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로 구성되는 기초 훈련을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이다. 각 단계에서 2회 이상 탈락하면 퇴교시킬 수 있도록 교칙도 바꿨다. 조용곤(41) 교수는 "훈련 강도가 높아지면서 옛 해경 시절 90%였던 기초 훈련 수료율이 70%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해양 재난훈련장과 구조잠수훈련장, 농연훈련장 등은 모두 새로 도입한 시설이다. 227기 교육생 임제홍(27)씨는 "훈련 경험이 쌓이면서 실전에서도 잘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한 교육생은 "이런 훈련을 좀 더 일찍 도입했더라면 세월호의 비극은 없었을 것 같다"고 했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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