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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사설] 문재인 대표, 國政 어디까지 여론조사로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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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14 03:00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13일 당 회의에서 "만약 (이완구 총리 임명 동의 반대 주장을) 정치 공세로 여긴다면 여야 공동으로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해 보자"고 제안했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은 그 조사 결과에 승복할 자세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총리를 여론조사로 뽑자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이 주장에 대해 여당에선 "철이 없다"고 했고, 야당 안에서도 "아마추어 정치"라는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이러자 문 대표는 당 대변인을 통해 "총리 인준 여부는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라며 한발 물러섰다.
만약 누가 문 대표에게 "여론조사 지지도가 여당에 수십 %포인트 뒤지는 야당이 국회에서 모든 법안의 길목을 막고 있는 것이 옳으냐"고 묻는다면 뭐라 답할지 궁금하다. 문 대표는 민감한 시기에 중요한 제안을 하면서도 총리 인준 문제의 주(主) 책임자인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당 최고위원들이 "문 대표가 진짜 여론조사를 하자고 한 건 아니었다"며 앞다퉈 문 대표 제안에 물타기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들로부터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총리 인사 문제를 여론조사로 결판 내자는 식의 문 대표 제안도 많은 사람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문 대표의 제안을 '해프닝'으로만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은 그가 지금 지지도 1위의 유력 대선 주자이기 때문이다.
정당과 정치인은 여론을 존중하고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이 일시적으로 형성되고 수시로 바뀌는 여론조사 숫자를 맹종하게 된다면 나라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 있다. 세상에는 단기적으로 여론이 반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어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여론이 갑자기 뒤집어지는 경우도 자주 벌어진다.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라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할 경우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그 결과에 대한 부담도 기꺼이 질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일은 문 대표가 그런 정치인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우리는 앞으로 복지에 대한 조정, 증세 여부 결정, 연금·노동·교육 개혁과 같은 중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정권에서 끝날 일이 아니고 다음 정부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지난(至難)한 숙제들이다. 지금은 반대 여론이 심해도 나중에 보면 '지나고 보니 그때 하길 잘했다'며 여론이 정반대로 바뀌는 정책도 적지 않다. 문 대표가 국정 현안들 앞에서 "여론조사 해보자"는 식으로 '숫자 많은 쪽 편들기'나 포퓰리즘, 편의주의로 흐르게 된다면 야당의 수권(受權) 능력에도 회의론이 일 수밖에 없다.
출처;조선닷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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