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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억울한 사람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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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장 건설사 인수했지만 두 번 워크아웃 끝에 퇴출돼 직원·투자자·금융권 큰 손실企業 본연의 논리보다 정치를 방패막이로 쓰는 政經유착 쇄신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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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희 사회정책부장
입력 : 2015.04.16 03:20
강경희 사회정책부장
초등학교 중퇴 학력에 단돈 1000원으로 시작해 2조원 그룹을 일궜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07년 펴낸 자서전 제목은 '새벽빛'이다. '허기진 배를 달래며 새벽 어둠을 뚫고 솟아오를 해를 찾아 앞으로 나아간다'는 인생 역정에서 붙인 제목이었다. 한데 8년 지난 지금, 그는 '새벽 빚' 폭탄 청구서를 정권 실세들에게 날리고 망자(亡者)가 됐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 50분간 통화한 내용,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던 56자 메모가 정국을 뒤집고 있다. 현직 총리가 논란의 중심에 선 사안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정면 돌파, 국민이 납득할 만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아니면 해법도 없을 듯하다.
'성완종 리스트'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성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억울하다"고 거듭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돈 받았다고 지목한 정치인들도 "안 받았다"며 한곁같이 억울해 한다. 하지만 정국을 뒤엎은 '성완종발(發) 세월호'에서 진짜 억울하고 피해 입은 이들은 따로 있다.
이번 뉴스의 중심에 서기 전까지 성 전 회장은 대체로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계모에게 매 맞고 자라나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 갖은 고생 끝에 중견 기업을 일군 눈물겨운 스토리를 자서전에 구구절절이 남겼다. 충청권이나 정치권에서는 '충청포럼'을 만들어 유력 인사들과 두루 친목을 다진 '마당발',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사재 털어 장학금 주는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불과 6일 뒤, 그가 경영했던 경남기업은 주식시장에서 명이 끊겨 퇴출당했다. 역사가 반세기도 넘고 '국내 최초 해외 진출 건설사'(1965년) '국내 1호 상장 건설사'(1973년)로 꽤 명성 있던 기업이었는데, 성 전 회장이 인수한 지 12년 만에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경제 논리로 본다면 그는 '실패한 기업인'이다.
성장하는 대한민국에서 너도나도 확장 일로를 달려온 업종이 건설업이다. 화물차 영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성 전 회장도 20대 중반에 건설업에 뛰어들었고, 1982년 대아건설, 2003년 경남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회사를 키워갔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황이 강타한 이후 국내 건설업계는 빙하기를 거치며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20년 전 3만7000개나 되던 건설회사 숫자는 현재 3분의 1로 줄었다. 2008~2012년 국내 100대 건설사 가운데 45개사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부도를 겪었다. 현재도 100대 건설사 중 17개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상태다. 경남기업도 그중 하나다.
이 혹독한 빙하기에도 버텨온 기업들은 과거의 공격적인 경영이나 문어발식 확장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실을 다진 회사들이다. 하지만 관급 공사를 많이 하면서 회사를 키운 경험 탓인지 성 전 회장은 좀 다른 판단을 한 것 같다. 정치적 인맥에 적극 '투자'했고, 그 자신 정치인이 됐다. 확장 전략을 썼고, 2007년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약 100만원)도 안 되던 시기에 건설한 '랜드마크 72' 빌딩은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이 넘었다. 성 전 회장의 사업적 판단은 실패로 판명 났다. 회사는 두 차례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두 차례 워크아웃 동안 금융권이 이 회사에 지원한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 그러고도 2013년과 2014년 수천억원 적자를 내고 자본 잠식 상태로 증시에서 퇴출됐다. 금융권이 이 회사 주식을 헐값에 처분하면서 입은 손실만 800억원이고, 1조원 넘는 채권액이 물려 있다. 20년 전 주가가 22만5000원까지 오른 적도 있는데 상장 폐지되기 직전 마지막 거래일에 주가는 113원으로 휴지 조각이 됐다.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도 손해를 봤다. 성 전 회장은 돈 많이 벌어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준 희망의 기업인으로 기억되고 싶어 했지만, 실상은 자기 회사 직원과 1800여개 협력업체의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사회 전체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 기업인이 되고 말았다.
그의 자서전 '새벽빛'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걸으려고 무던히도 애썼지만 솔직히 말해 내 손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소소한 관행을 무시하기 힘들었고,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사업을 해나갈 수 없는 분위기 때문이었지만…."
정말로 그의 말대로 '소소한 관행'을 무시하고는 도저히 사업이 안 되는 사회 탓인지, 기업 본업보다는 정치권을 맴돌며 보험 드는 것이 여전히 비용도 적게 들고 이득이 많이 남는 후진적 유착이 팽배한 건지, 뿌리부터 파헤쳐 청산하고 쇄신해서 나아가야 한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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