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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그리고 386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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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의 세상보기>
박용석, 투데이포커스
등록일: 2010-05-19 오전 9:52:28
세상이 다 변한다 해도
내가 먼저 변한다 해도
너만은 안 변할 줄 알았다
너 역시 세상 사는 나그네
대학 시절 즐겨 불렀던 데모가의 가사다. 5.18 광주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고 분노를 곰 씹으며, 밤을 새며 논쟁을 하던 날들. 군사 독재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으로 손에 손에 짱돌과 화염병을 들었던 그 젊은 날들. 그리고 명동을 가득 매웠던 수 많은 동지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태반이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고개 숙인 가장이 되었거나, 아니면 애들 학비를 쪼개며 생활고에 찌들은 주부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바쁜 일상 속에 오늘이 5.18인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도대체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386 우리는 어차피 너나 할 것 없는 세상 사는 나그네였을 뿐인걸. 그러나 여전히 그 젊은 날의 구호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있다. 정치권의 386 운동권 동지들. 김대중-노무현 10년의 정권 동안 그들은 국회의원이 되고 장차관이 되었으며 청와대의 수석 비서관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그 시절의 구호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그들의 구호를 듣는 느낌은 젊은 날과는 사뭇 다르다. 내가 변했기 때문일까? 생활에 찌들린 속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그것만이 문제였다면 내 마음 속, 구석에 처 박힌 양심 한 조각에서라도 자괴감이 꿈틀거렸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의 386 운동권 출신들의 외침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것과 다르다. 왠지 잘못 삭힌 젓갈을 먹고 난 후처럼 비릿한 뒷맛이 풍기니 말이다.
5.18에 뉴스 하나가 눈에 밟힌다. 송영길. 81년 대학을 입학하여 84년 연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위장취업을 하여 노동운동에 몸을 담았으며, 사법시험에 합격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정치권에 뛰어든 전형적인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지금은 인천시장에 출마했다고 하는데. 한화갑씨가 만든 평화민주당의 백석두 인천시장 후보가 송 후보의 비리의혹을 폭로했다. 2004년 재벌기업과 유착 술,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백 후보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송영길 후보는 2004년 8월15일부터 20일까지 열린우리당 386의원 5명과 베트남을 방문했다고 한다. 송영길 후보는 당시 방문이 베트남 국회의장의 초청을 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백 후보가 확인한 결과 거짓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방문은 SK텔레콤이 주관했으며 삼성물산과 LG케이블도 로비일정을 세우고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백 후보는 주장을 했다. 물론 송 후보는 그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물론 공방의 진위야 지켜봐야 알겠지만, 내 비위를 거슬리는 것은 그로 인해 생각나는 과거의 일들이다. 2000년 5월 17일 망월동 묘지를 참배 한 민주당 386 의원들이 단란주점에서 접대부를 불러 술을 마신 것도 모자라, 임수경을 불러 폭언을 퍼부었던 일. 그 자리에도 송영길은 있었다. 그보다 앞서 1999년 송영길 후보는 대우자동차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하여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억 원의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그게 입만 열면 여전히 민주주의, 독재타도, 재벌개혁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이다 보니 안타까운 내 젊은 날의 추억이 오염되는 듯한 불쾌감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옛날에 함께 운동을 하고 철창 신세도 졌던 친구와 엊그제 소주를 한잔 했다. 술이 오르고 어설프고 잘못도 많았지만, 그래도 순수하고 열정이 넘쳤던 젊은 날을 회상하며 자괴감에 빠져야만 했다. 조만간 그 친구를 한번 더 봐야겠다.
변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양반이라고. 최소한 우리가 욕하고 돌을 던졌던 자들과 같은 행동은 하지 않으며 살고 있으니. 여전히 입으로는 그 시절의 구호를 외치며 하는 행동은 그 시절 우리가 경원했던 권력과 판박이가 된 자들도 있지 않냐고. 그런 이야기를 하며 40대 중반의 씁쓸함을 좀 달래야 할 것 같다. 5.18에 폭로된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의 의혹. 잘못 삭힌 젓갈처럼 뒷맛 비릿한 그 기사를 보며 한마디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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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투데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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