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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막아낸 서산시 ‘110일간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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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산시 김재천 축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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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기자 기자 (kimmy1219@nver.com) 2011.04.14 12:11:07
“110일을 하루 2교대로 24시간 근무했어요.”
충남에서 유일하게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서산의 방제 작업을 진두지휘한 김재천 축산과장의 회상이다.
지난겨울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축산재앙은 전국의 축산농가와 공무원들을 엄동설한으로 내몰았다. 특히 국내에서 태어나는 송아지들의 아버지 ‘씨수소’를 키우고 있는 한우 종가인 충남 서산은 우리 한우의 자부심이자 마지막 보루인 곳으로 소방공무원과 경찰, 군인까지 포함하면 무려까지 13만500여명의 공무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제역과 전쟁을 벌였다.
지난달 29일 안희정 충남지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동제한조치 해제를 발표하며 사실상의 구제역 종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충남의 공무원들은 교대근무를 유지하며 2차 환경피해 예방과 향후 예방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산시 축산과 김재천 과장을 만나 구제역과 싸운 지난 3개월여 간의 얘기를 들어봤다.
주말도 없이 110일 비상근무체제 가동
서산시 축산과 김재천 과장이 서산시 구제역 방역도를 설명하고 있다
“110일 정도를 하루 2교대로 24시간 근무했다. 많을 때는 17개소, 적을 때는 13개소 초소를 운영했고 가족도 돌보지 못한 채 오직 방역에만 몰두했다.” 김 과장은 지난 3개월을 이렇게 회상했다.
충남도내 구제역 발생은 당진, 예산, 홍성 등 10개 시·군 16건으로 살처분 농가와 가축은 427농가에서 소 2298두, 돼지 46만3726두, 염소 69두, 사슴 57두 등 모두 46만6,000두에 이르렀다.
하지만 군·민이 하나되어 청정서산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그가 근무하는 서산은 충남에서 유일하게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 됐다.
당시 김 과장은 “서산만 막으면 태안까지는 구제역이 번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면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니 눈 앞이 깜깜했다”며 “주말도 없이 3개월 간 2교대로 근무하는 등 고생한 관계자 및 축산농가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산시는 구제역 발발 이후 서산시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는 한편, 서산나들목과 해미나들목, 한우개량사업소 진출입로 등 주요 길목 12개소에 구제역 방제초소를 설치하고 전 직원이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이와함께 예비비 9억원을 확보, 소독약품 2,000kg과 생회석 30t을 축산농가에 공급하고 2,380여 우제류 전 농가를 대상으로 예찰 및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하지만 김 과장은 연일 계속되는 구제역 발발을 지켜보며 끊임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고백했다.
서산시, 발빠른 대응과 행정 집중력 탁월
과거 충청남도 가축위생연구소장직을 수행했던 김 과장은 서산시가 주변지역으로부터 구제역을 피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으로 선제대응을 꼽았다. 이미 작년에 방역기자재 장비를 모두 갖춰 즉시 동원할 수 있도록 창고에 비치해두고 있었고, 이 때문에 안동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단계별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외부로부터의 전염원인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산시는 시 주관, 민간주관 행사를 모두 취소했었다. 또한, 초기 방역에서 사료차, 수의사, 동물약품 등 축산농가를 출입하는 차량뿐 아니라 구제역 전염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진 사람을 차단하는데 급선무를 두고 방역시스템을 구축했다.
김 과장은 “안동의 첫 구제역 발생 당시 축산관련 단체장들을 만나 회의를 주재해, 협조 진행했던 점이 주요했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대인소독기를 가장 먼저 도입해서 외부인들과 접촉하는 사람들에게 공급한 것도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민과 축산인들이 구제역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서산시장부터 시작해 모든 공무원이 하나가 되어 구제역 막는 데 총동원 된 것이 구제역을 막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방역 전문성 확보 해결과제
구제역의 공격은 일단 지나간 듯 보인다. 하지만 가축 매몰 및 방역작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에게도 구제역 악몽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충남시 초소에서 출입 차량의 검문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충남시는 지난해 12월27일 충주시 앙성면에서 도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방역과 살처분 매몰 등에 동원된 도내 공무원만 6만1,000여 명에 이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 매몰처리에 동원된 전국의 수십만 명의 공무원 중 9명이 사망했으며 총 17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를 치르면서 모든 공무원들이 체력적, 정신적인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흘, 한 달만 버티면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구제역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농가가 백신접종에 협조하지 않으면 현재의 방역은 아무 소용이 없다”
김 과장은 서산시 2천 여 한우농가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고령농가의 현실을 한탄했다.
“방제작업의 기본이 백신 투여지만 600~700kg 소를 어떻게 연로한 노인들이 잡아서 주사를 놓겠는가. 이런 곳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직접 백신 주사를 놔주어야 하는 데, 여기 필요한 인력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이런 인건비와 기타 비용은 지자체가 지원해야 할 것이다”며 지자체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구제역이 종식된 이후 축산 관련 단체장들의 실무 교육과 함께 방역 전문가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AI, 구제역 등과 같은 큰 여파가 있는 위험에 대해 안정성과 질병에 대한 교육이 없으면 축산업의 미래가 없다고 본다”며 “가축의 입장을 고려한 친환경축산 교육도 진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제역이나 AI는 파괴력에서 다른 질병과 차이가 확연한 질병이므로, 국가 방역이 필요하다”고 전제, “국가 방역시스템에서 기획하고 조정하는 것은 중앙이지만, 방역의 실무는 지자체에서 실시한다”며 “각자의 재정과 인력의 차이가 많아 중앙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서산 가축시장은 지난 12일 133일만에 다시 문을 열고 거래를 시작했다. 농가 역시 가축의 이동제한이 해제되며 송아지와 씨암소의 사육가축을 재입식 하는 등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이와 관련 김 과장은 “한마음 한 뜻으로 ‘청정구제역 서산’의 영광을 이뤄낸 그 자부심을 모두가 함께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며 “정부가 발표한 방역체계 개선안 역시 이번 구제역파동과 같은 가축질병 방역에 근본적 해결책 마련의 기틀이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정기적 백신접종 실시, 방역체계 강화, 가축 사육환경 개선, 매뉴얼의 철저한 보완 등의 내용이 담긴 ‘가축 질병 방역체계 개선 방안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근본적인 축산업 체질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뉴스파인더 김명진 기자 yoonk@newsfinder.co.kr
[젊고 강한 신문-독립신문/independ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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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독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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