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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 어디서 파악했나
 

조선비즈  전준범 경제부 증권팀 기자 
 입력 2018.11.09 11:37 
 
며칠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정부의 국
민연금 개혁안 초안을 퇴짜 놨는데,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 눈높이’는 대체 무엇일까. 5100만 국
민 대다수의 눈높이 평균일까 아니면 대통령이 이번 제도 개편과 관련해 각별히 신경쓰는 특정 부류의 
눈높이일까. 또 문 대통령은 이 눈높이를 어디서 어떻게 파악했을까.

정부는 이번 개혁안 초안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1년 넘는 시간을 쏟아부었다. 각계 전문가를 모아 
국민연금 기금의 예상 고갈 시점을 분석하고, 재정건전성과 노후소득보장 기능 강화 방안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는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정부는 지역 순회 토론 16회, 포커스그룹 토론 17
회 등 총 33회의 의견수렴 행사도 개최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두 달간 전국을 
돌며 의견을 모은 건 처음이었다.

이런 과정만 놓고 보면 정부가 문 대통령에게 "이게 국민이 원하는 개편 방향입니다"라고 보고한 셈이
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아니야. 이건 국민 눈높이와 달라"라고 반응했다. 만약 대통령 판단이 옳다면 
정부는 국민 의견을 듣는 시늉만 하면서 아까운 세금만 낭비한 것이다. 관련자들을 모두 문책해야 한
다. 반대로 정부가 최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라면, 대통령에게 다른 속내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어도 나이·성별·직업·가치관 등은 각기 다르다. 노인이 있는가 하면 젊은 세대가 
있고, 부자 반대편에는 가난한 자가 있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소득대체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가 있고, 재정건전성 유지를최우선으로 삼는 이가 있다. 모두 대통령이 안고 가야 하는 소중한 우리 
국민이다. 

문 대통령이 이틀 전 "다시 만들어 오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돌려세울 때 활용한 기준은 어떤 국민의 
눈높이였는지 묻고 싶다. 혹시 정권 지지율 붕괴를 우려하고 쓸데없는 잡음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집단
의 눈높이를 국민 전체의 눈높이라고 표현한 건 아닌가.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9일 "정말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건 대통령의 연금 인식"이라고 논
평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앞세워 정부안에 철퇴를 놨는데, 그 국민으로 구성된 단체에서 강도 높게 비
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출처;조선닷컴  [기자수첩]

  
 2018.11.0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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