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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논의에 빠져 있는 국민의 권리
산업별 유불리만 따지는 여야의 FTA 공방 싸고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의 주권은 외면
2011년 11월 01일 (화) 13:13:41 박용석 기자 param25@newstalk.kr
▲ ⓒ뉴스톡
17세기 프랑스 의회가 관세를 올려 국내산업을 보호하려 하자 경제학자 ‘프레드릭 바스티하’는 의회에 편지를 한 통 보냈다. 로 시작되는 이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국회의원님들께.. 저희들은 저희에 비해 지나치게 월등한 조건으로 빛을 생산하는 외부 경쟁자 때문에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저가와 고품질의 조명으로 국내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그 경쟁자는 누구냐 하면...... 바로 태양입니다.
의원님들께서는 이 불평등을 시정할 법을 제정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낮에는 모든 국민들이 모든 창문과 지붕창, 채광창, 곁문, 커튼, 블라인드 등을 닫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이렇게 태양광을 차단하고 인공광의 수요를 창출하면 프랑스 국내에 번창하지 않을 사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양초의 원료인 유지방은 소와 양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프랑스 전역의 낙농업이 번성할 것이고...... 선택은 논리적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한답시고 공짜나 다름없는 값싼 외국산 상품 수입은 막으시면서, 정말로 공짜인 태양광을 막지 않고 통과시킨다면 이 얼마나 비논리적인 처사입니까!”
이 재치 넘치는 편지는 한미FTA 비준을 앞두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편지의 내용처럼 태양광을 막는 법을 제정하면 일부 조명관련 산업들은 번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로 인한 사회적 생산성의 하락으로 경제는 침체되며,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요즘 한미FTA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주장은 편지 속의 조명관련업자들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FTA 체결로 이득을 볼 산업과 손실을 입을 산업을 놓고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논쟁의 전부다. 소비자의 권리나 값 싸고 질 좋은 외국산 상품의 유입을 통한 사회적 생산성 향상 등은 안중에도 없다.
특히 그 동안 고환율을 트집잡아 이명박 정부가 수출대기업을 배 불리기 위해 수입 상품의 값을 올려 국민들에게 물가상승의 고통을 줬다고 주장하던 야권이, 한미FTA를 놓고는 돌연 입장을 바꿔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저렴한 미국산 상품의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 그대로 난센스다.
지난달 12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8월까지의 한국의 경제고통지수가 8.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제고통지수란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합산해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나타내는 지표로, 글로벌 재정위기 속에서 한국은 OECD 27개국 중 22위 수준을 달려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에 들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우리국민들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원인은 물가상승이었다. 실업률은 3.6%로 OECD 최저수준이었으나 구제역과 여름철 폭우로 인한 물가상승률이 4.5%로 OECD 2위를 기록했다.
구제역이나 폭우 같은 천재지변에서 비롯된 물가상승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다름아닌 자유무역이다. 관세 등 무역장벽을 허물어 외국의 싸고 질 좋은 상품을 국내에 유입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실질국민소득도 증대되며 사회적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다.
현재 논의되는 한미FTA의 쟁점에 이러한 부분이 빠져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바스티하의 편지 속의 조명관련업체들의 궤변을 되뇌는 우리 정치권은 더 이상 물가상승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용석/ 정치부장
입력시간 : 2011년 11월 01일 (화) 12: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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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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