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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아이들이 있는데 내가 왜
 

작성일 2010-10-27 17:48:33 
몇 달 전 한권의 책을 받았습니다. 

책 제목은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광우병 사태에서 매국노로 지탄받으며

한 개인으로서는 겪을 수없는 일을 겪은

민동석 대사가 쓴 책이었습니다. 

 
저는 그 책을 집어든 순간 

우선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습니다. 

나라를 위해, 미래의 국익을 위해 

스스로 주춧돌을 놓겠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던 한 공직자가 

춥고 외롭게 '골방'에서 분루를 삼키면서 

쓴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그 글을 읽어야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아니 이 시대를 살고 경험했던 한국인이라면

그 책을 꼭 읽어야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읽으면서 

저는 우선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노무현정권 아래서 쇠고기협상의 과정-

그 진실을 샅샅이 알수가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해놓고서
쇠고기 협상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그 과정도

그대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저를 분노케 한 것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던진 

공직자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유린하고 

어떻게 대접했는가라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는 절규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느 공직자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불사르겠는가?'라고 말입니다. 

 
광우병파동 아래 온 나라는 그를 제물로 삼으려고 

했고 

좌파세력들은 그의 가족들까지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러나 초상집 같은 그의 가정에서 

정작 걱정한 것은 민동석대사였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혹시 자살이라도 할까봐도 

제 아내도 아이들도 저를 오히려 

걱정을 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미칠 듯이 걱정됐는데-

저는 가족들을 불러앉혀놓고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나는 절대로 자살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너희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가족인데 

당신과 아이들이 있는데 내가 왜 죽느냐?'고-

민동석 대사의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그렇게도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또 무서운 일입니까?

우리 시대의 광폭함, 잔인함, 마치 쓰나미처럼 

한 개인을 향한 이 무시무시한 마녀사냥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일니다. 

 
멀리서 나마 관료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회복한

또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민동석 대사에게 축하인사를 건넵니다. 

 
2010년 10월 27일 

전여옥 올림 

출처 전여옥의OKTALKTALK

  
 2010.10.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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