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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참 조용하네요
 

작성일 2010-08-21 11:12:32 
언론의 자유란 중요합니다. 
또한 표현의 자유도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하는 자유입니다.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자주 떠올리게 하는 현실입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책임'을 수반해야 합니다. 

그 책임은 참으로 엄중한 것입니다.

 
제가 언론계 기자로 처음 들어갔을 때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전여옥, 널 가장 아끼는 선배가 누군지 아니?'

저는 얼떨결에 '많이 가르쳐주는 선배겠죠?'하고 답했습니다. 

 
그 선배는 '물론이지-그런데 정말로 훌륭한 방송기자가 

되는 것은 시같은 문장을 써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너한테 소심함을 일러주는 선배야'

소심함이라~

소심함? 의아해 하는 제게 그 선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송-아무리 시청률이 낮아도 적어도 한번에 30만명은 지켜보지.

그리고 방송은 마셜맥루한이 이야기한대로 

뜨거운 미디어라구. 그냥 사람들이 지치고 아무 생각하지않고 

수동적인 상태에서 본다구 해서 맥루한은 핫미디어라고 했어

책이 쿨미디어인데 반해서 말이야. 

네가 편집한 한 컷이 미칠 사회적 영향력은 엄청날 것이고

네가 쓴 한줄이 사람들한테 끼치는 좋은 면 혹은 나쁜 면의 인상은 

절대적일 것이야. 

 
그러니까 무서워해, 그리고 방송은 솔직히 방송하고 난 뒤

어떻게 쓸어담을 수가 없어,

신문도 비슷하지만 방송에 비할 수가 없지-'

 
그러면서 그 선배는 제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소심해야 해. 늘 신중하고 늘 여러사람의

의견을 ,특히 기사방향에 대해 사람들의 완전히 다른 의견을 
참고해야 돼'

 
저는 그 선배의 말을 내내 새기며 15여년의 방송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실로 무서운 방송의 영향력을 실감하며 

늘 '이것은 사실인가? 이것은 공정한가?'를 염두에 

두며 일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마 턱없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부족분을 매워준 분들은 바로 앞의 그 선배같은 

'데스크'들이었습니다. 

제가 쓴 원고를 좀 험한 말로 '걸레'로 만들며 한 방향으로 몰아간 

저에 대해 끈질기게 토론을 해줬던 데스크,

만에 하나라도 사실을 왜곡하거나 혹은 잘못 전달된 여지에 

대해서도 제로의 수준까지 저를 몰아부쳤던 데스크--

수많은 선배들의 덕분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그 분들의 답답함과 용기없음과 소심함에 

대든 적도 있었으나 지금 생각하니 

저의 답답함이고 만용이며 오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많은 선배들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방송에서 데스크의 기능이 

이른바 창구에서 휠터링 기능이 상실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런 가장 극명한 예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였습니다. 

그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대로라면

지금쯤 광우병 환자들이 우리 주변에서 여기저기 나타나
증언과 고통을 호소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참 조용하네요.

이제 우리 한국의 사회와 방송은 

'이 조용함'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의 어리석음과 선동에 휘둘린 잘못에 대해서도-

 
2010년 8월 21일 

전여옥올림 
 
출처 전여옥의 OKTalkTalk

  
 2010.08.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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