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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
굳히기와 눈치보기, 기회주의 지지할 국민 없어
정체성의 재확립을 통해 지지자들을 규합해 나가야
2011년 12월 02일 (금) 17:30:32 박용석 기자 param25@newstalk.kr
▲ ⓒ뉴스톡
한나라당의 쇄신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예상된 일이다. 쇄신이란 기존의 문제점을 고쳐 새롭게 한다는 뜻인데,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쇄신을 해야 한다는 말만 무성할 뿐,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쇄신할 지에 대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처한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쇄신을 하는 것이 답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딥딘(Michge I Dibdin)의 소설 ‘죽은 못(Dead Lagoon)’에서 베네치아의 민족운동가가 한 말을 되새겨 보자. “진정한 적수가 없으면 진정한 동지도 있을 수 없다. 우리 아닌 것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우리 것을 사랑할 수 없다. 이것은 백 년이 넘도록 지속되어 온 감상적이고 위선적인 표어가 물러간 자리에서 우리가 고통스럽게 다시 발견하고 있는 뿌리 깊은 진리다.”
이 말은 한나라당이 처한 작금의 위기와 결코 무관하지가 않다. 그 동안 우리 역사에서 우파정당들이 인권유린과 부패로 얼룩져 국민으로부터 그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적(敵)의 존재 때문이다. 6.25 직후부터 80년대 후반까지는 북한이라는 강력한 적이 공화당이나 민정당 같은 보수정당의 지지자들을 규합시키는 역할을 했다.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지역구도로 인해 호남정당이라는 적이 존재했기에 신한국당의 존재가치가 있었고, 이후 2000년대 후반까지는 노무현 정권이라는 적이 존재하면서 한나라당이 존립할 수 있었다. 비록 보수정당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들에게 정권을 빼앗기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되기에 지지자들은 그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을 지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을 하고 민주당이 지지부진 하면서 한나라당에는 적이 사라졌다. 실제로 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적을 포용하는 정책을 썼다는 의미다. 진정한 적수가 없으면 진정한 동지도 있을 수 없다. 우리 아닌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우리 것을 사랑할 수 없다. 한나라당의 적이 사라진 이상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뭉쳤던 보수진영이 더 이상 한나라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나라당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다. 이젠 오프라인이나 인터넷과 SNS 등 온라인에서 한나라당을 옹호하며 싸워줄 지지자들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적들은 집요하게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결국 한나라당은 비굴하게 적의 눈치나 보면서 좌클릭을 하고 있다. 그러한 행태에 더 많은 지지자들이 더 큰 경멸과 실망을 느끼며 지지를 접는 악순환이 바로 작금의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결국 만인의 지지를 얻겠다는 과욕이 만인으로부터 몰매를 맞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쇄신은 시대상황에 맞는 이념적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그를 기반으로 적을 규정하여 합리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싸움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그를 교두보 삼아 중도진영까지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쇄신의 방법이다. 좌클릭은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의 적은 그 실체를 드러냈다.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종사자들, 그리고 국가경제의 희생을 담보로 평균연봉이 1억에 가까운 기득권을 누리는 강성노조.. 기업의 뒤를 캐 협박하고 돈을 뜯어 그 자금으로 불법시위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좌파시민단체들.. NL이 장악한 이들 조직이야말로 한나라당이 대립각을 세우고 싸워 나가야 할 적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에게 그런 강단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지금 한나라당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박근혜 전대표는 지난달 29일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어려운 삶의 무게를 덜어주지 못하고, 해결책도 제대로 내 놓지 못하고, 희망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쇄신도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아마도 한나라당 주류들의 시각 역시 이와 비슷할 것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의 이러한 시각이 하이에크가 지적한 ‘치명적 자만’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정치권이 무슨 능력으로 국민의 어려운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이러한 접근은 세금을 늘리고 복지를 확장하는 좌클릭 정책으로 귀결 될 수 밖에 없는데, 그러한 정책은 성장동력을 저하시키고 경기침체를 유발해 서민들을 곤궁에 빠뜨리게 된다는 사실을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것이 한나라당의 쇄신일 수는 없다. 민주당은 이미 노무현 정부의 실험을 통해 문제점을 스스로 증명하고 몰락해가는 정당이다. 그들이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나라당의 자멸 때문이었지 그들이 옳았기 때문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굳히기와 웰빙주의, 눈치보기, 기회주의를 지지할 국민들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용석/ 정치부장
입력시간 : 2011년 12월 02일 (금) 16: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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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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