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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기업자금에 은행들만 미소 왜
6대銀 법인 예금 490.4조…1년 새 50.7조↑
예대율 관리 방안 고심하던 은행들에 '호재'
2019-04-29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 국내 주요 은행 법인 예수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6대 은행이 기업들로부터 받아 둔 예금 규모가 1년 새 50조원 넘게 불어나며 5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흐름이 이어지고 금융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남는 돈을 투자에
활용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대출 영업 확대를 위한 예금 확보
가 절실했던 은행들로서는 남모를 반사이익에 미소를 짓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
대 은행의 은행계정 상 법인 예수금은 490조3736억원으로 전년 말(439조6278억원) 대비 11.5%(50조
745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법인 예금이 각각 100조원을 넘어서며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
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법인 예수금은 105조8310억원으로 국내 은행들 중 최대였다. 1년 전(96조9484
억원)과 비교하면 9.2%(8조8826억원) 늘어난 액수다. 그 다음으로 신한은행의 법인 예금이 같은 기간
91조6854억원에서 100조3094억원으로 9.4%(8조6240억원)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다른 은행들의 법인 예금도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국민은행의 법인 예수금은 82조4293억원에서 97
조794억원으로 17.8%(14조6501억원) 늘며 100조원에 육박했다. 증가 금액과 비율 모두 조사 대상 은
행들 중 가장 큰 폭의 기록이다. 농협은행의 법인 예금 역시 72조1293억원에서 83조9591억원으로
16.4%(11조8298억원)나 늘었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61조176억원에서 66조4790억원으로, 기업은행
은 35조4178억원에서 36조7157억원으로 각각 9.0%(5조4614억원)와 3.7%(1조2979억원)씩 법인 예
수금이 증가했다.
기업들 입장에서 이처럼 은행에 넣어둔 예금은 사실상 부동자금에 가깝다. 유가증권이나 채권, 외화 등
좀 더 많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남겨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이는 그 만큼 남는 돈을 잘 굴려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얻기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기업들이 투자에 몸을 사리는 이유로는 우선 상승 동력을 잃은 금리 기조가 꼽힌다. 반등 기미
를 보이던 금리가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고 주저앉으면서, 투자 시장 여건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12월 말에 개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만 해도 올해 말까지 세 차례의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00~3.25%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그런데 올해 1월 말 열린 FOMC에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을 유보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달 말 FOMC 직후에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선
언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한 것을 마지막으로 기준금리 동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도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위험은 1년 넘게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다. 양국 간 협상이 이뤄지
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으로 향해 있던 보호 무역주의의 타깃을 다른 우방 교역국으
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염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그 대상으로 일본, 유
럽과 함께 한국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금융 시장의 걱정을 깊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예금으로 몰리는 기업들의 자금은 은행들에겐 환영할 만한 요소다. 예대율 규제 강화로 예금
확대에 목말라 있던 은행들로서는 기업들의 뭉칫돈 예금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
하고 있는 예금과 비교해 대출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100%를 넘기면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지난해 말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예대율은 평균 98.4%에 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예대율은 각각 99.6%와 99.2%로 규제 제한선에 다다른 실정이다.
또 하나은행은 98.9%, 우리은행은 96.4%의 예대율을 기록 중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금보다 훨씬 잣대를 높인 예대율 규제 시행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은행들의 고민을
한층 키우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부채 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2020년부터 예대율 산정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예대율 계산 시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해 차등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강화에 대한 은행들의 사실상 유일한 대비책은 예금 확대"라며 "최근의
국내 경기 여건 상 가계 예금을 늘리기 쉽지 않은 와중 불어나는 기업들의 예금은 은행들에게 반길만한
요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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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데일리안
2019.04.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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