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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햇볕’ 승계 朴 놓고 토론하자”
분노한 보수 ‘대권 욕심이라면 대가 치를 것’ 비난
미디어법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대치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미디어법에 반대표를 던질 것’ 이란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후폭풍이 닥치며 그야말로 정국이 요동 치고 있다.
정치권 여야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은 물론, 특히나 보수시민사회는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종 정치토론방에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고, 보수논객들은 당력을 일시에 흔들고 있는 이번 발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차제에 차기 대권주자로 합당한 지 여부에 대해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 토론을 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소위 좌파정권 10년 탄생에 현 방송사들의 기형적인 행태와 독과점적 운영구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는 거대 여당은 박 전 대표의 이번 발언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대내외적 충격을 줄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반면 야권은 반색하고 나섰다.
反이명박 진영의 대여투쟁 동력 제공한 박근혜 발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단합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평범한 경구를 마음에 새겨가며 투쟁하자”며 전날 있었던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던진 충격을 수습하고 나섰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들은 국민들에게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이상 어떻게든 이루어내야 한다”고 표결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안 원내대표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상대는 국민이다. 비록 민주당이 약속을 어기고, 극한투쟁을 하고 있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말고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꿋꿋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정당이든, 정치인이든 어떤 행동을 하거나 ‘초지일관’ 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에 대한 예측성을 가져오고, 신임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 박 전대표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파장이 커지자 ‘친박’ 홍사덕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진화에 나섰고, 이경재 의원은 “친박도 직권상정을 통한 미디어법 처리에 동의했는데 지금와서 (박 전 대표가)그렇게 얘기했다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너무나 당연하고 정상적인 주장”이라며 “한나라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막고 호도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은 민심을 왜곡하고 천심을 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박근혜 의원도 반대하는 미디어법 강행처리,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은 즉각 중단하라”며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동력으로 삼아 미디어법 표결처리 반대여론몰이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던진 충격파로 내부 혼란을 겪고 있는 여당을 향해 “한나라당의 내부사정이 이해가 안 된다”면서 “무슨 콩가루 집안처럼 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의 미디어법 대안과 관련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 매체 합산 30% 이내 제한' 발언에 대해서도 “납득이 안 간다”며 “방송 겸영 시 방송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실제로 하기 전에는 모르는 것인데 합산해서 30% 이내 조건으로 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수진영, 박근혜 발언 비난 봇물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던진 발언의 충격파가 가장 큰 곳은 보수진영으로 보인다. 촛불정국, 용산사태 등 정국의 분수령 마다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묘하게 야권의 손을 들어주는 형태를 보인데 대해 내심 불만이 쌓여온 상태에서 이번 발언은 보수진영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19일 ‘조갑제닷컴’에 올린 글에서 “박 의원이 반대하겠다는 미디어법을 반대하고 있는 이들의 핵심은 '공영방송'의 탈을 쓴 '공공의 적' MBC를 비롯한 좌경세력”이라며 “반대자들 가운데는 민주의 이름으로 민주를 파괴하는 민주악당들도 많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朴 의원의 행동은 결국 이들을 지원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자신의 행동이 이런 선동자들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란 인식도 없는가? 아니면 선동방송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정치를 정직하게 하려면 한나라당을 탈당, 친박연대에 합류하든지 새 당을 만드는 게 맞을 듯하다”면서 “박 의원의 행동은 한나라당의 노선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노선과도 맞지 않는다. 노선이 이렇게 다른데, 이 대통령에게 박 의원을 포용하라고 권유하는 것도 무리”라고 힐난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도 20일 자신의 까페에 올린 글을 통해 “촛불 때도, 용산사태 때도 그녀는 양비론 아니면 이명박 정부 비난으로 나갔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등에 대해서도 한 번도 따끔한 비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박근혜 씨는 좌익 진영에 대한 '햇볕' 정책을 자신의 정치행보의 기본 전략으로 설정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서 호헌(헌법수호)진영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점하고 있는 영남의 ‘김대중’인 그녀를 쉽게 단념할 수도 없기 때문에 우선은 박근혜 씨를 놓고 그간의 행보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호헌진영의 일대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한다”고 보수진영의 대대적인 ‘박근혜 검증’ 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명분과 '이론'을 가지고서 미디어법을 반대하고, 용산사태와 촛불을 감싸고 돈다 해도, 박근혜 씨는 분명히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라며 “우리가 왜 벌써부터 박근혜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건지 필자는 그 이유를 도저히 알 길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선일보도 19일 사설을 통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런 위치에서 여야 대치가 막바지에 이를 때마다 여야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발언으로 정치권을 혼돈 속으로 밀어넣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 “미디어법 같은 주요 현안에서 초기부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여야 간 교착 상황을 타개하는 데 일조(一助)하는 것이 차기(次期)를 생각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법 처리를 강조해온 시민단체들도 즉각적인 비판에 나섰다.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는 성명을 통해 “미디어 법 처리는 괴물이 돼버린 좌편향 방송의 독과점 구도를 선의의 경쟁구도로 바꾸자는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미디어 법 처리를 막는 것은 반(反)대한민국”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다시 한번 朴 前대표의 『반대표』 발언이 와전(訛傳)된 것이거나 착오에서 기인한 것이기를 바란다”며 “대한민국의 애국시민들은 朴 前대표의 일거수(一擧手) 일투족(一投足)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방송개혁시민연대 임헌조 공동대표도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권욕심 때문에 국가의 명예가 달린 중요한 정책 결정에 흠집을 낸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독립신문 박주연 기자 (phjmy9757@naver.com)
출처 독립신문
2009.07.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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