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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신사임당인가
새로 나온 5만원권 지폐의 신사임당 초상이 박근혜 전 대표와 닮았다는 소식이 들리자 박빠들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다. “두 분 판박이다” “두 분 다 훌륭하다. 박사임당이다” “신사임당님의 기품과 우리 박근혜님의 기품이 일맥상통한다” “우리 국민이 그만큼 박근혜님을 흠모하고 있다는 증거다”라며 박 전 대표를 칭송했다.
나는 육영수 여사의 목련같은 이미지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빼닮은 박근혜의 침착하고 우아한 외모를 좋아한다. 두 분 다 비극적인 죽음을 당하셨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단호함과 육영수 여사의 온유함이 황금비로 조합된 듯한 박근혜에게 지난 10년의 억울함을 보상받으려는 국민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 역시 그들 중 한사람이었다.
내가 박빠에서 명빠로 바뀐 이유는 박근혜에게 실망을 느껴서가 아니라 이명박이 대통령이란 직책에 더 적합하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기능의 문제지 선호도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감정은 박근혜를 원했지만 나의 이성이 이명박을 택했단 얘기다. 나의 그런 이성적인 선택은 부득불 박빠들의 감정적인 비난을 초래했다.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그 후, 나는 비이성적인 박빠들의 광신적 행태와 그에 대한 박근혜의 반응에 큰 의구심을 품게 되었고 나중에는 실망을 넘어 혐오감을 갖기에 이르렀다. 내가 가장 경멸하고 증오하는 대상은 神의 자리에 오른 인간과 그런 인간을 떠받드는 노예들이다. 정말 구역질이 난다. 그런데 박근혜와 박빠들이 그런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종관계는 거의 신흥종교집단의 그것과 흡사했다.
박근혜는 이명박처럼, 또는 당신과 나처럼 그저 허물 많고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그녀는 무슨 완벽한 신적 존재가 아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북한주민들로부터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것은 세계적인 웃음거리다. 그와 마찬가지로 박근혜를 우상시하는 박빠들의 행태는 우습다 못해 괴기스러울 정도다. 그건 박근혜를 서태지나 마이클 잭슨처럼 박제화시키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서태지나 마이클 잭슨처럼 스스로를 신비화시켜 나르시즘의 연못에 기거하는 요정들이 아닐까? 그들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사람들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요정으로 퇴행했다. 내가 판단할 때 그들은 노숙자만도 못한 현실부적격자들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요정들이 자신들의 불행을 영광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박빠들은 박근혜를 그런 불행한 요정으로 만들 셈인가?
신사임당과 박근혜가 뭐가 닮았단 말인가? 신사임당이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현모양처였기 때문이다. 남편을 잘 섬기고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웠기 때문이다. 신사임당은 학문과 예술에도 출중하였으나 그녀의 가장 큰 덕목은 ‘현모양처’로서 여자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박근혜가 독신인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녀가 신사임당과 닮은꼴이라고 우기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얼굴이 닮은 것과 품성이 닮은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신사임당의 얼굴과 박근혜의 얼굴이 닮았다고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마치 어떤 연쇄살인범(여성)의 얼굴이 박근헤와 닮았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것처럼 한심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박근혜는 대한민국과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녀와 견줄 수 있는 닮은꼴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런 점에서는 신사임당도 울고 갈 정도다.
그런데 왜 박빠들은 그렇게 훌륭한 박근혜가 신사임당과 닮은꼴이라고 환호성을 지르는 걸까? 박빠들은 지금 박근혜가 모든 면에서 신사임당보다 훨씬 열등하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그래서 얼굴이 닮은 것을 마치 품성이 닮은 것처럼 선전하는 것이다. 신사임당은 자신의 재능이 칭송받는 것을 무척 부끄럽게 여기며 경계하였다. 박근혜가 닮아야 할 것은 신사임당의 얼굴이 아니라 신사임당의 품성이다.
출처 엔파람
2009.07.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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