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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요금 외우는 회장님… 청문회用 발음연습까지
이성훈 기자 채성진 기자 장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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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 탄핵정국]
내일 국회 증언대 서는 총수 9명… 기업들 '최순실 國調' 준비 분주
청문회장 자리 배치에 촉각… 노출 적은 가장자리 선호
망신주기식 돌발 질문 대비 버스·지하철 요금까지 체크
나이 많은 회장 건강 우려 청문회장 밖 구급차·의료진
답변 때 괜한 오해 부를라 생중계하듯 모의 청문회
지난 1일 오전 일반 방문자들이 이용하는 국회 본관 후문 로비에는 양복 차림의 남성 20여명이 모여 있었다. 6일 '최순실 사태' 국정조사에 총수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9개 그룹 가운데 한 곳의 대관(對官)·홍보 담당자들이었다. 이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향한 곳은 본관 2층의 245호. 총수를 대상으로 청문회가 열리는 곳이다. 일부는 로비 입구와 엘리베이터, 국정조사장 간의 거리와 복도의 폭을 걸음걸이로 재서 메모까지 했다. 취재진의 예상 위치와 화장실 등 꼼꼼하게 동선(動線)을 확인했다.
◇포토라인 없어 안전 문제 우려… 총수 '자리 배치' 막판 눈치싸움도
기업 총수들은 6일 오전 9시 30분~10시에 국정조사장에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보통 주요 피의자나 참고인이 출석할 때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라인을 설정한다. 하지만 국회는 지금까지 국정조사 증인에 대해 포토라인을 설정한 적이 없어 이번에도 예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총수들이 승용차에서 내려 국정조사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기업들은 경호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한 대관 담당 임원은 "사상 처음으로 9개 그룹 총수가 청문회장에 나오는 만큼, 취재진뿐 아니라 일부 시민까지 몰려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1993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검찰에 소환됐을 당시 포토라인이 무너지면서 카메라에 이마를 부딪혀 다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철원 기자
국정조사장에서 총수들의 자리를 어떻게 배치할지도 기업들의 고민이다. 국정조사가 생중계되는 만큼, 가능하면 가장자리에 앉아야 사진이나 방송 카메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 배치는 국회 행정실이 결정한다. 재계 관계자는 "건강상 문제에 대비, 출입이 자유로운 양쪽 끝에 고령자인 정몽구(78) 현대차 회장과 손경식(77) CJ 회장이 앉고 비교적 나이가 적은 총수들이 가운데 앉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버스·지하철 요금까지 외워야 하나"… 배석자 선정도 고심
기업 총수들은 지난 주말에도 사무실이나 자택에서 국정조사 관련 자료를 보고받고 점검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기업별로 제기된 핵심 사안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반복해서 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들이 의원 역할을 맡아 '모의 국정조사'를 진행한 곳도 있다. 5대 기업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 등을 주로 챙기는 총수들은 일반적인 경영 사안에 대해서는 세세한 내용까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구체적 금액과 날짜 등도 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만큼 의원들이 본질을 벗어난 질문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총수 망신 주기 식' 돌발 질문에도 대비 중이다. 일부 기업은 버스·지하철 요금까지 예상 질문서에 넣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총수들이 버스 요금을 아는 것이 자칫 작위적으로 보여, 그런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생활 관련 질문이 나올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개인사와 관련된 민감한 질문에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단답형, 사죄형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수와 함께 들어갈 배석자 선정도 고민거리다. 이번 청문회장에는 증인 1명당 변호사 1명과 수행원 1명이 동반 참석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안에 대해 가장 잘 알면서도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을 2~3배로 압축한 후, 최종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고령 총수 대비해 구급차 대기하고, 병원 비상 연락망 가동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총수들의 건강이다. 6일 국정조사에는 9개 기업 총수들이 출석하는 만큼, 청문회가 12시간 이상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역대 최고령 청문회 증인인 정몽구 회장의 건강을 염려해 국회 밖에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 병원과 비상 연락 체계도 갖췄다. CJ그룹도 올해 폐암 수술을 받은 손경식 회장이 국정조사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또 일부에선 총수들의 '말솜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총수들은 원고 없이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눌변인 경우가 많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답변 과정에서 더듬거릴 수도 있는데, 이것이 마치 무엇을 숨기거나 잘 모르는 것으로 비칠까 걱정"이라며 "일부 총수는 발음 연습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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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닷컴
2016.12.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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