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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의 쇠락한 마을 트럼프 오자 열광… 백인들은 스트레스 풀듯 클린턴 욕하데요
[이곳을 잡는 자, 백악관 주인이 된다… 美대선 최대 승부처 오하이오 르포]
강인선 기자
입력 : 2016.09.03 03:00
- 10차례 대선서 양당 5승5패
대세론 없는 곳, 민심예측 어려워
1964년 이후 13차례 대선에서 오하이오 승자가 늘 최종 승리
- 8월말 지지율 43% 對 43%
클린턴, 조직 가동해 표 이삭줍기… 트럼프는 개인기로 바람몰이
[강인선의 워싱턴 Live]
오하이오주는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과 함께 올해 미국 대선 최대 승부처입니다. 지난 열 번 대선 결과를 보면 오하이오주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각각 다섯 번씩 승리를 안겼습니다. 선거인단 수 18명인 오하이오에서 이겨야 백악관 가는 길이 열립니다. 1960년 케네디는 오하이오에서 지고도 승리했지만, 이후 13차례 대선에서 오하이오의 승자는 늘 대선의 최종 승자였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평균 2%포인트 앞서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8월 말 에머슨대 여론조사에선 43%로 비겨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오하이오는 미국 정치 축소판
오하이오는 왜 이렇게 유별난 것일까요. 지난 30일 오하이오 주도 콜럼버스에서 만난 공화당 인사들은 "오하이오는 클리블랜드, 콜럼버스, 신시내티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뉘어 서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대세'가 형성이 안 되고 민심 예측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오하이오주 전체 여론을 반영하는 언론 매체도 없다고 합니다. 또 "오하이오 정치 구도는 미국 전체의 축소판이라 오하이오 판세가 곧 대선 풍향계"라고 했습니다.
오하이오주 공화당은 요즘 입장이 애매합니다. 존 케이식 주지사가 공화당 경선에서 패한 후 반(反)트럼프 입장이라, 당이 트럼프를 위해 적극 뛰지도 못하고 완전히 포기하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클린턴, '지상전' 강화
미국 오하이오주 최근 대선 득표율
클린턴 캠프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습니다. 미 대선 유세는 '공중전'과 '지상전'을 동시 진행합니다. 공중전은 TV 광고전이고, 지상전은 당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작업입니다.
오하이오에서도 핵심 경합 지역인 해밀턴 카운티 민주당 사무실을 찾아갔더니 사무국장은 "지상전만 잘해도 3~5%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인구 80만인 이 지역에 클린턴 캠프는 5개 선거사무소를 열어 직원 30명을 상주시키고 사전 투표와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아직 선거사무소 하나 안 열었다고 합니다.
◇트럼프, '마약 같은 위안'
트럼프에겐 트럼프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혼자 다 하는 겁니다. 전통적 의미의 선거 조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거지요. 1일 윌밍턴 유세에 가보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여기 다 모였구나 싶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오래전 경기가 죽어버린 지역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트럼프는 마약 같은 위안일지 모릅니다. 유세장에 모인 백인들은 트럼프와 함께 클린턴을 거짓말쟁이라고 욕하고 "유에스에이(USA)"를 외치면서 후련하게 즐기다 가는 것 같았습니다.
윌밍턴은 2008년 미국 경제가 최악일 때 이 지역 최대 고용주인 디에이치엘(DHL)이 철수하면서 폭삭 주저앉은 동네입니다. 1만여 인구의 작은 동네에서 순식간에 일자리 수천 개가 사라지자 그 타격이 엄청났습니다.
워싱턴에선 이해할 수 없었던 트럼프의 말들이 이 쇠락한 마을에선 다르게 들렸습니다. 이들에겐 해결에 앞서 위로가 필요했던 겁니다. 60대 백인 남성은 "트럼프는 목표가 뚜렷한 사람이고 사업가로 성공했으니 의회와 협상도 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술 담배 마약 안 하니 신뢰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삭줍기 대(對) 바람몰이
대선 후보로서 약해 보이는 것만큼 치명적인 건 없습니다. 신시내티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대회에서 지난 31일엔 클린턴이, 1일엔 트럼프가 무대에 올라 강력한 리더의 인상을 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클린턴은 "동맹국과 함께 가는 미국"을,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를 말했습니다. 노병들은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트럼프에게 더 큰 박수와 더 뜨거운 함성을 보냈습니다.
클린턴은 민주당 조직을 가동해 표를 챙기고, 트럼프는 유세장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분위기입니다. 꼼꼼한 이삭줍기가 이길까요, 화끈한 바람몰이가 이길까요.
〈취재 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출처;조선닷컴
2016.09.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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