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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사설 박원순 시장 직할 병원이 메르스 환자 받지 말라 했다니
 

입력 : 2015.06.12 03:22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의 진료부장이 지난 8일 소속 의료진 90여명에게 '메르스 환자가 발생·경유한 29개 의료기관을 거친 환자를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꼭 받아야 할 경우엔 진료부장이나 의무부원장과 상의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10일 이 사실이 공개되자 서울시는 '한 직원이 개인 의견을 전문의들에게만 공지한 사항으로 서울의료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메르스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병원들이 메르스 감염 의심자 진료를 기피하면서 감염 의심자들이 자신의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을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시립병원이 메르스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공공 의료기관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내동댕이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메르스와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 전국 의료기관과 의사들의 명예에도 먹칠을 하고 말았다.

진료부장이 부원장과 상의하라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원장이나 부원장의 허락 없이 그렇게 했다고는 믿기 힘들다. '개인 판단'이라고 한 서울시 해명도 비겁하고, 전체 의료진을 통제하는 진료부장을 '한 직원'이라고 축소한 것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4일 심야(深夜) 긴급 브리핑에서 정보 공개를 미적거리는 중앙 정부를 비판하며 "메르스 판정을 받은 의사가 1565명이 모인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과도한 정치 쇼'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시민 건강을 위한 선도적 조치'라며 박수를 친 시민이 더 많았다. 당시 박 시장은 '내가 진두지휘하겠다'고 한 데서 그치지 않고, 7일 메르스 관련 병원들 이름이 공개된 후엔 "서울의료원 등에 격리 병상을 38실 확보했다. 구급차 140대, 소방서 펌프차 116대까지 동원해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이송해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정작 박 시장의 통제권 아래에 있는 시립병원에선 '환자 받지 말자'는 사발통문이 돌고 있었다. 직할 의료기관조차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박 시장은 이제 초동 대응에 실패한 중앙 정부에 대고 삿대질하기도 쑥스러울 것이다.


출처;조선닷컴의 사설

  
 2015.06.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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